실제로 본지가 하나금융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하나카드와 하나생명 등의 사외이사진을 분석한 결과 유독 관료 출신이 많았다. 다른 금융그룹에서도 관료 출신을 사외이사로 기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수준이 남달랐다.
우선 하나카드의 사외이사진은 전원(4명) 관료 출신이었다. 장광일 사외이사는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육군 제44대 제1군단 군단장,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이진우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조사2국장과 공보실 국장을 거쳤다. 김준호 사외이사는 국방부 예산국과 재정국 행정사무관, 감사원 서기관 등으로 일했고, 송정희 사외이사는 서울시 정보화기획단장, 정보통신부 IT 정책자문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금감원과 감사원, 서울시 등 주요 행정·검사기관 출신을 기용한 것이다.
하나생명 역시 3명의 사외이사 중 2명이 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전영주 사외이사는 재무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유덕상 사외이사도 경제기획원과 기획예산처, 건설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여러 관청을 두루 거쳤다.
하나금융그룹에서 특이한 점은 오히려 그룹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지주에서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지주에서는 김홍진 사외이사가 현재 한국예탁결제원에서 근무하고 있으나 재정경제부 기획행정실장을 역임한 유일한 관료 출신으로 꼽힌다.
통상 금융사가 관료 출신 위주로 사외이사진을 채우는 것은 이들의 출신 기관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혹 해당 기관이 금융사를 검사·감독할 권한이 있는 경우 이 같은 권한 행사에서 비켜가기 위한 방패가 돼 주길 원하는 일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의 중심인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관료로 채울 경우 이사회 장악이 어려울 수 있어 계열사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기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하나금융그룹은 최근 금감원의 조사를 받거나 검찰에 기소되는 등 홍역을 겪은 터라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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