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만에 벌써 화산분출구(火山口)에 앉아 있는 기분이 뭔지 알았다."
이후이만(易会满) 중국 신임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 주석이 지난달 26일 취임한 이후 한달 만에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이다. 그만큼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주식시장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사령탑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보여준다.
증감회는 증권 발행과 주식시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총괄하는 국무원 직속 기관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증감회 주석은 ‘화산분출구에 앉아있다'고 표현한다. 주식이 폭락하면 모든 비난의 화살은 맞는 자리인만큼 오래 앉아있기 힘들어서다.
중국 온라인매체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이 주석은 27일 오후 국무원 신문판공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증감회에서 일한 지난 한달은 매우 특별한 나날이었다"며 "나는 여전히 자본시장의 신병(新兵)"이라고 전했다.
중국 최대 공상은행 회장 출신인 그는 "시장참여자에서 감독자로 역할 전환에 도전이 매우 크다"며 "중앙정부의 신임과 사람들의 기대를 혹시나 저버릴까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한시도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주석은 또 자본시장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네 가지를 '경외'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네 가지는 각각 시장, 법치, 전문성, 그리고 리스크다.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 전용증시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에 대해서도 그는 설명했다. '상하이판 나스닥'이라 불리는 커촹반은 중국이 혁신 벤처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만드는 것으로, 이르면 내달 상하이거래소에서 출범할 계획이다.
이 주석은 커촹반 설립 주요 목적은 자본시장의 실물경제 지원력을 강화해 핵심기술을 보유한, 성장잠재력이 큰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또 커촹반은 자본시장의 심도있는 개혁의 구체적 조치라며 커촹반에서 시범 도입하는 주식등록제(注冊制)를 제대로 시행해 이를 향후 다른 주식시장으로 확대해 나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주식등록제는 현행 심사비준제(核准制)와 달리 상장 예비기업들이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검증 받으면 등록절차를 거쳐 상장하는 방식이다.
이 주석은 앞서 20~21일 증감회 주석 취임 후 첫 공개 시찰 장소로 상하이거래소를 선택햇을 정도로 커촹판 출범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당시 상하이거래소에서 커촹반 출범과 주식발행제 시범 시행을 둘러싼 시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상하이거래소의 관련 준비작업을 점검한 바 있다.
한편 이 주석의 취임 한달 성적표는 그야말로 'A+'라 할 수 있다. 그가 취임후 한달간 상하이종합지수 상승폭은 14%에 육박했다. 중국증시에 '불마켓(牛市)'이 도래했다는 기대감도 커지며 중국 개인투자자들이 잇달아 주식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지난 18~22일 중국 증시에 유입된 신규 투자자는 31만6100명으로, 전주보다 53% 늘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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