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로봇 지보의 마지막 인사…'소셜 로봇' 어디까지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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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준무 기자
입력 2019-03-1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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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로봇이 지금보다 훨씬 진보하는 날이 왔을 때, 그리고 모두의 집 안에 로봇이 있을 때, 그때 여러분의 로봇에게 제가 인사했다고 전해주세요."
 

최초의 '소셜 로봇'을 표방한 지보. [사진=지보 홈페이지]

한때 '소셜 로봇'의 대명사로 불렸던 지보는 춤을 추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지보는 이달 초 공식적으로 서버 운영을 종료했습니다.

지보는 2012년 로봇공학자 신시아 브리질 메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가 만든 소셜 로봇입니다.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얼굴 역할을 하는 스크린을 달아놓은 모습으로 꽤나 단순해 보이지만, 사람과의 교감을 무기로 내세우면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일반적인 AI 스피커 역할 뿐만 아니라, 내장 카메라를 이용해 가족 구성원 개개인을 인식하고 인간과의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습니다.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는 한편 표정을 통해 행복이나 슬픔, 놀라움 등 자신의 감정도 표현했다고 하니 '소셜 로봇'이란 소개도 그리 어색하지 않은 듯 합니다.

시장은 아낌 없는 투자로 지보를 응원했습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무려 7000만 달러(약 794억원)가 모였습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의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올해의 혁신 기술'에 선정된 덕분이죠.

몇 차례 출시 연기 끝에 간신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예상 외로 지보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습니다. 판매가 부진하면서 지보의 제조업체는 2017년과 지난해 2년 연속으로 대규모 정리해고를 강행해야 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지난해 11월 지보의 지식재산권을 매각하며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았습니다.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가격 때문입니다. 899달러(약 102만원)의 거금을 주고 살만큼 충분한 사용성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100달러 수준에 불과한 AI 스피커 아마존 '에코'나 구글 '홈 허브'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보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소셜 로봇 시장에 주목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퍼스널 로봇 시대가 온다면 그 주역은 소셜 로봇이 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등 현대사회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인간과 능동적인 상호작용이 가능한 소셜 로봇의 역할 또한 크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99년 소니가 내놓은 로봇 강아지 '아이보'의 경우 15만대가량이 판매됐는데, 구매자의 상당수가 고령층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아이보의 AS가 중단되자, 일부 구매자들은 고장난 아이보를 위해 장례식을 치르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소셜 로봇의 미래는 긍정적입니다. AI는 물론 5G,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관련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소셜 로봇의 기능 또한 한차원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실제로 지보의 친구들은 여전히 현역입니다. 비슷한 시기 소개된 일본 소프트뱅크의 '페퍼'와 프랑스 블루프로그의 '버디'는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습니다.

차세대 소셜 로봇들도 개발 중입니다. 도요타는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위해 물건을 집어 옮길 수 있는 HSR(Human Support Robot)을 개발 중입니다. 2015년에 처음 공개됐으나 상용화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소니 또한 지난해 AI를 탑재한 2세대 아이보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월 'CES 2018'의 공식 개막을 하루 앞두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소니의 애완견 로봇 '아이보'가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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