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기술로 통찰하는 현대 문명 ‘불온한 데이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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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4-0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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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월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수퍼플렉스,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 2019, 벽화, 690×1050cm.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현대 기술과 만난 예술이 현대 문명을 날카롭게 바라본다.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은 국제 융․복합 주제전 ‘불온한 데이터’를 오는 7월28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국내·외 작가 10팀(명)의 작품 14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빅데이터, 블록체인, AI 등 데이터 기반의 작품을 통해 공공재로서의 데이터가 예술에 창의적으로 활용되는 다양한 방식을 보여준다.

전시는‘디지털 메커니즘의 민주주의와 반봉건주의’,‘동시대 예술가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법’,‘디지털 메커니즘을 활용한 새로운 제안’ 세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

첫 번째 주제에서는 포렌식 아키텍처(Forensic Architecture), 수퍼플렉스(Superflex), 자크 블라스(Zach Blas)의 대표작을 선보인다. 이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 및 체계화하여 글로벌 기업과 정부에 의한 정보 독점이 초래한 반민주주의적 사건으로부터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회복하고자 시도한다.

수퍼플렉스(덴마크)는 야콥 펭거, 브외른스테르네 크리스티안센, 라스무스 닐슨이 1993년에 결성한 예술집단이다.

수퍼플렉스는 ‘모든 데이터를 사람들에게’라는 작업을 통해 현재 우리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의 불균형, 즉 우리가 경험하는 힘에 대한 정보와 분배에 대한 권리, 그리고 데이터의 가치가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집중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2014년 덴마크어로 첫 작품이 제작된 데 이어 영어, 아랍어,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로만시어로도 제작된 바 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레이첼 아라(Rachel Ara)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작품에 반영하여 성별과 기술, 권력 구조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다. 차오 페이(Cao Fei)는 자율주행로봇인 로봇청소기를 소재로 디지털 시대에 급변하는 사회의 모순을 재치 있게 조명하고 크리스 쉔(Chris Shen)은 360개의 소형 로봇 공을 통해 데이터의 수집과 소멸을 우주의 물리적 현상에 비유했다.

레이첼 아라의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는 '엔도서'라는 데이터마이닝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자신의 가치를 숫자로 환산해서 보여주는 디지털 아트다. 작품에 설치된 웹카메라가 집계한 관람객 수 및 SNS, 작품 거래 사이트, 종합 주가 지수인 FTSE 100에 작가와 작품명이 언급된 횟수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작품 값이 네온으로 나타난다.

[레이첼 아라, '나의 값어치는 이정도 (자가 평가 예술작품)' 한국 버전, 2019.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레이첼 아라는 “기술이 모든 것을 규정하는 현재에도 여성은 소외도고 있다. 25년간 기술 산업 분야에서 일하면서 남녀차별을 상당히 많이 봤다”며 “한국 여성 용접공을 찾아 함께 작품을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주제에서 사이먼 데니와 하름 판 덴 도르펠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창조의 영역과 자유의 한계 그리고 기술이 지닌 미래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하름 판 덴 도르펠은 “코딩하는데 6개월 인공지능이 이미지를 학습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김실비는 신작 영상에서 금융, 신용, 영성 세 가지 키워드를 통해 신기술이 삶의 조건을 변형시키는 단계마다 발현되는 본연의 가치를 조명하고, 김웅현은 한 사건을 임의로 선택하고 거기서 파생되는 데이터 링크를 엮어 창작한 종말 이후(Post-apocalypse) 소설을 주제로 한 영상을 선보인다.

윤범모 관장은 “현대미술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실험적인 작가정신을 보게 해주는 전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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