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다수를 향한 대중매체의 마케팅이 아닌, 특정 소수에게 소구하는 인플루언서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자 기존 미디어들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부정적 인식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또한 새로운 산업의 육성이라는 관점 보다 규제에 초점을 둔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비만의 원인이 먹방’이라며 규제를 시도했다가 역풍을 맞은 정부의 대책은 인플루언서에 대한 몰이해를 보여준 하나의 촌극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한 영향력을 모아 세상을 바꾸겠다”며 나선 이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부원장을 지냈던 김현성 인플루언서 산업협회 준비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을 지난 5일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먼저 인플루언서 산업을 ‘규제’라는 차원에서 바라보는 정부의 시선에 대한 답답함을 쏟아냈다. 그는 “정부는 인플루언서 시장에 관심이 없었다. 인플루언서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든 친구들이 시장을 만든 것”이라며 “그런데 이해 관계자들과 충분한 소통없이 ‘가짜뉴스를 만드는 놈들이다, 비만의 원흉이다’라며 자꾸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하니까 이 친구들이 분노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건 3~4년가량 됐지만, 이들의 특성상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이 없다. 정부에서 ‘규제’ 방침을 내세워도 개별적으로 불만을 드러낼 뿐 구체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에게 목소리를 전달하기가 어렵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협회가 긍정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는 “대도서관 같은 사람들은 모범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인플루언서들이 상당히 많다”며 “그들 사이에 자율적인 규제를 만들 수 있다. 법이나 제도로 때려잡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이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정책 입안자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인플루언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도 내놓았다. 그는 “인플루언서를 위한 창업공간을 제안할 생각”이라며 “기존의 선한 인플루언서들이 소상공인이나 농업인 같은 취약 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중소·중견기업의 마케팅 채널이 돼 인플루언서와 연결해준다면 저비용 고효율의 지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16년이라고 한다.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기자들이 아닌 인기 유튜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그걸 보고 세상이 변했구나 느꼈다. 세상의 변화를 느낀 것이다. 계속 보다보니 단순한 미디어가 아니라 기본적인 플랫폼으로 돼 가는 것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이에 착안해 박 시장과 파워블로거 간의 간담회를 만들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정치권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플루언서 산업의 전망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노웅래 의원과 박광온·김성수 의원의 주최였다. 그는 “주최해줄 분들을 구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며 “인플루언서라는 말 자체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았다. ‘인플루엔자’냐고 물어본 사람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인플루언서 산업에 대한 정치권의 이해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올해 상반기 중 협회를 안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인플루언서의 권익도 신장하고, 선한 영향력을 모아 세상을 바꾸겠다는 게 협회의 모토”라며 “공공을 위한 메시지를 인플루언서들이 방송한다고 생각해보라. 상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사과 안에 있는 씨앗은 셀 수가 있지만, 씨앗 안에 있는 사과는 셀 수가 없다”면서 “이미 뿌려진 씨앗에서 몇 개의 사과를 얻을 것인지,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 지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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