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무디스' 다궁국제…결국 국유기업에 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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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4-19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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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국영펀드 국신홀딩스, 다궁국제 지분 58% 매입해 최대주주로

  • 두 차례 영업정지 처분으로 사실상 회생불가능

  • 中 채권시장 활성화 속 신평사 역할 부각

'중국판 무디스'를 꿈꾸던 중국 민간 신용평가회사 '다궁국제(大公國際)'가 결국 국유기업 손에 넘어갔다. 

중국 국유자본 배경인 중국국신(中國國新)홀딩스가 18일 다궁국제 지분 58%를 매입하는 내용의 전략적 구조조정 협약을 체결했다고 홍콩 명보, 중국 제일재경일보 등 현지 언론들이 19일 보도했다. 이번 거래로 중국국신이 다궁국제의 최대주주가 되며, 다궁국제의 신분은 민간기업에서 국유기업으로 바뀌게 됐다.

◆민간 신평사→국유 신평사로···전략적 구조조정 추진

중국국신은 2010년 국무원 비준을 거쳐 설립한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국자위) 산하 구조조정전담 기관 중국 국영펀드라 할 수 있다.

이날 중국국신은 "중대 리스크를 예방할 필요성이 커지면서 신평사의 리스크 공시 역할이 중요해졌다"며 우호적 협상을 통해 다궁국제에 대해 전략적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1994년 설립된 다궁국제는 중국 4대 신평사 중 하나다. 중국에서 유일하게 인민은행과 국무원이 공동 비준해 승인한 전국 규모의 민간 신평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급등하는 부채를 문제 삼아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강등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앞서 2009~2010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에는 무디스, 스탠다드앤푸어스(S&P), 피치 등 국제 3대 신평사가 너무 정치적이며 글로벌 경제위기의 주범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2012년에는 러시아 신용평가사와 손잡고 '세계신용평가그룹'을 설립해 구미 중심의 글로벌 신용평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중국판 무디스'를 꿈꿨다. 

◆ 디폴트 고조 속 신평사 위상 추락···두 차례 영업정지로 '회생불능' 처지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기업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가 급증하면서 중국 신평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에 확산되면서 다궁국제의 위상은 추락했다. 

지난해 8월 다궁국제는 신평사로서의 공정성·독립성을 훼손하고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해 고액의 비용을 챙기고, 일부 기업의 신용등급을 부풀리는 등의 자질 부족 문제가 잇달아 불거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로부터 1년간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하는 업무정치 처분을 당했다.

이어 지난달 증감회로부터 추가로 1년 업무 정치 처분을 받으며 사실상 내년 3월까지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업무가 재개된다 하더라도 회사가 정상화되긴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이번 전략적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 배경이다. 중국국신은 "전략적 구조조정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한 다궁국제는 지배구조가 완비되고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며,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신용평가 업무의 전문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다궁국제]

◆ 中 채권시장 활성화 속 신평사 역할 부각
 

중국 국내 신용평가 시장 점유율. [자료=윈드사통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중국이 국내 채권시장을 활성화시켜 지방정부와 기업이 자금조달을 지원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움직임"이라는 점에 주목하기도 했다. 

사실 중국 비(非)금융 회사채 시장에서 'AA' 등급 이상 신용평가를 받은 채권이 90%를 넘게 차지할 정도로 신용등급 부풀리기 논란은 줄곧 이어졌다.  그래서 중국 회사채 시장에서는 AA+ 등급 이하 채권은 아예 '정크본드'로 간주한다. 앞서 중국서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 대부분도 'AA' 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것이었다.

이는 중국 신용평가 시장이 아직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는데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국제 3대 신평사가 수십년, 백년 넘게 발전해 온 것과 달리 중국 신용평가 시장은 아직 발전 초기단계다. 특히 신용평가는 채권 발행 과정의 일부분으로, 신평사 지위는 높지 않았다. 대다수 신평사가 전문성이 부족하고, 데이터베이스나 기술 면에서 국제수준과 비교적 차이가 크다.

중국 정부는 자국 신평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 2017년 외국계 신평사의 중국 시장 진출도 허용한 상태다. 이에 올  1월엔 글로벌 신평사 S&P는 베이징에 100% 자회사를 설립하며 인민은행으로부터 중국 내 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현재 무디스, 피치사도 중국 신용평가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상태다.
 

[자료=중국언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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