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표 SNS 웨이보에서는 연일 '#996 근무제'라는 해시태그가 화제다. 22일 기준 클릭수는 4억건이 넘고, 관련 댓글도 10만건이 넘는다. 996 근무제(996룰)란 '아침 9시 출근 저녁 9시 퇴근 주 6일 72시간 근무'라는 중국 IT 스타트업(초기 기업)의 살인적인 근무 환경을 함축한 단어다.
심지어 마윈 알리바바 이사회 주석은 "996 근무를 할 수 있는 것은 큰 행복이다. 나는 12x12(하루 12시간 12달 내내)로 일하기도 했다. 야근수당을 받기 위해 996 근무를 하는 직원은 회사에서 오래 버티기 힘들다"며 996 근무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중국 젊은층의 비판에 직면했다. 심지어 “일에 파묻혔던 과거를 후회한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없었다”는 마윈 주석의 과거 발언을 찾아내 조롱하기도 했다.
996 근무제는 중국 2위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JD)닷컴이 1996년 처음으로 도입했다. 이후 화웨이, 알리바바, 샤오미 등이 유사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중국 IT 스타트업의 표준 근무환경이 되었다. 한때 996 근무제는 이들 회사의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기사에 따르면 중국의 항저우시의 전자상거래 스타트업 유짠의 주닝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에게 "996 근무는 회사 성장을 위해 당연시 여겨져야 한다"는 내용의 신년 메시지를 보냈다. 주닝 대표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면 이혼하면 된다"는 발언을 예시로 들며 이러한 기업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SCMP는 이렇게 혹독한 근무 환경을 한 스타트업의 젊은 직원과 인터뷰를 인용해 "잠도, 섹스도, 삶도 없다. 30세가 채 되기 전에 모든걸 ‘소진(burnout)’하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007 근무제'도 나오겠다는 농담이 중국 IT 업계에서 떠돌고 있다"고 비판했다. 007 근무제란 0시부터 0시까지(하루종일) 7일 내내 일한다는 뜻이다.
참다못한 중국 IT 업체 직원들은 온라인에서 단체 행동에 나섰다. 익명의 중국 개발자가 오폰소스 플랫폼인 '깃허브'에 '반(反) 996 근무제(996.ICU)'라는 페이지를 개설했다. 996 근무를 계속하면 결국 병을 얻어 중환자실(Intensive Care Unit)에 실려 간다는 뜻이다. 검열이 심한 중국 SNS를 피해 해외의 IT 플랫폼을 통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마윈 주석이 재해명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14일 웨이보에 "996 근무제를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분투(奮鬪)하는 젊은이들에게 경의를 표한 것"이라고 밝혓다. 분투란 지난해부터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고 있는 표어다. 996 근무제가 중국 정부의 강압으로 이뤄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발언이다.
놀란 관영 매체들은 996 근무제와 분투의 연관성을 부인하고 나섰다.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공식 웨이보에 "분투 숭상과 996 근무제는 다르다. 996 근무제 반대가 분투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은 "분투는 제창하고 996 근무제는 퇴장해야 한다"며, "직원의 의지와 건강을 무시하고 야근비를 주지 않는 996 근무제는 분투하는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분투 정신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으로는 중국 정부는 SNS 검열을 강화하고, 깃허브의 반 996 근무제 페이지 접속을 차단하는 등 반 996 근무제가 오프라인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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