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통한 종합반도체 강국으로의 비전을 제시했다. 메모리반도체 분야 세계 1위 위상을 도약대 삼아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세계시장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다.
문 대통령은 30일 경기도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범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시스템반도체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 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과 기술에 대한 투자와 산업 생태계 경쟁력이 중요하다"며 "한 분야의 인재, 하나의 기업이 단독으로 성공하기 어려운 산업으로, 설계기업 팹리스와 생산기업 파운드리의 협력과 상생을 강화해야 한다"며 강조했다.
정부는 우선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 업계 덩치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팹리스는 반도체 생산공장 없이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하고, 파운드리는 팹리스로부터 위탁받아 반도체 생산부문을 맡는 제조 전담기업을 일컫는다.
팹리스 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수요가 많은 자동차, 바이오·헬스, 사물인터넷(IoT) 가전, 에너지, 첨단기계·로봇 등 5대 분야를 정해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이날 정부, 반도체 수요․공급기업, 연구기관 등 25개 기관이 모인 얼라이언스 2.0을 발족해 수요 발굴부터 기술 기획, 연구·개발(R&D)까지 공동 진행한다.
또한 에너지, 안전, 국방, 교통인프라 등 공공유망시장에 공공기관과 팹리스 간 협력체계를 구축해 '수요발굴→과제기획→기술개발→공공조달'의 연계도 추진한다.
1000억원 규모의 전용 펀드도 신규로 조성해 R&D, 해외 진출 등 도전적·장기적 분야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스케일업 펀드, 4차 산업혁명 펀드 등을 통해 유망 팹리스의 성장을 뒷받침하기로 했다.
파운드리 육성은 '투 트랙(two track)'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 등 대표기업은 5G, AI 등 첨단 분야에서 투자를 늘리고, 정부도 이들 기술을 '신성장동력·원천기술'로 지정해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대해 세액 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중견기업은 전력 반도체, 아날로그 반도체 등 틈새시장에 특화한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의 사업구조 고도화 지원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시설투자 금융을 지원, 생산성을 높인다.
팹리스 업계 성장이 파운드리 수요 증가로, 파운드리 성장이 팹리스 제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에도 힘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향후 10년간 1조원 이상을 투자해 자동차·바이오·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제조업 미래를 견인할 분야의 핵심 원천·응용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의 해외 유출을 방지할 방침이다.
최근 5년간 R&D 예비타당성사업 중 1조원 규모를 넘은 경우는 이번 사업이 처음이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등 현장 수요를 반영해 지원 규모를 늘려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2030년까지 시장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고급·전문인력 1만7000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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