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용인 데이터센터는 국내에 몇 없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될 계획이었다.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란 클라우드를 구현하기 위해 서버, 메모리, 네트워크, 저장장치 등을 유동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전용 데이터센터를 뜻한다. 시장조사기관별로 조금씩 다른 기준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외에서 유입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대규모 시설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만은 동일하다.
조사에 따르면 작년 기준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수는 430여개이고, 올해 설립될 예정인 곳을 합치면 560여개다. 전 세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서 미국이 40%(약 172개)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중국이 8%(약 34개), 일본이 6%(약 26개), 호주와 독일이 각각 5%(약 21개) 순이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유클라우드 등 미국·중국의 기업들이 클라우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의 수가 곧 해당 국가의 클라우드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기업들도 클라우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을 전후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속속 선보일 계획이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기존 아시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였던 평촌 메가센터를 증축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다. 평촌 메가센터에 1동에 이어 2동이 완성되면 연면적 8만 5500 제곱미터, 서버면적 2만 7700 제곱미터였던 기존 규모가 두 배 이상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평촌 메가센터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네이버 등 국내외 IT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거점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산시 강서구 미음산단 국제산업물류단지에 세우고 있는 부산 데이터센터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알려졌다. 17만 8000여 제곱미터의 부지를 확보해 데이터센터를 설립함으로써 부산을 싱가포르에 이은 제 2의 자사 아시아 클라우드 산업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용인시 공세동 13만 2000여 제곱미터의 부지에 2023년까지 평촌 메가센터와 대등한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네이버클라우드플랫폼, 브이 라이브 등 클라우드와 동영상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AI, 자율주행차 등 첨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국내외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할 예정이었다.
인근 주민의 반대로 네이버가 정부에 제출한 용인 신 데이터센터의 도시첨단산업단지 지정도 늦춰지고 있다. 단지 지정이 미뤄질 경우 용적률에서 손해를 봐 서버 규모가 축소될 수 밖에 없고, 네이버의 원래 계획인 데이터센터와 R&D 센터가 복합적으로 섞여있는 연구 센터 설립에도 지장이 있을 전망이다. 네이버는 분당 사옥과 용인 데이터센터의 거리가 가까운 것을 활용해 AI,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한 인력과 시설을 용인 신 데이터센터에 배치할 계획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2023년까지 데이터센터 설립이라는 계획에 차질을 빚을 경우 용인 부지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양시, 파주시 등 서울 인근의 다른 도시들이 관련 부지와 세제혜택 제공 등을 바탕으로 네이버 신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 중이라는 후문이다. 하지만 설령 부지를 옮긴다 해도 부지 선정, 정부 허가, 설계 등 시공에 앞선 절차가 필요한 만큼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설립은 한층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