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 달래기’에 본격 나선 가운데 한동안 자세를 낮췄던 검찰이 입장을 바꿔 공세에 나서기 시작했다. 박상기 법무장관이 14일 “검찰의 우려를 반영하겠다”라며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이메일 보내 달래기에 나섰지만 검찰이 장관의 손길을 뿌리치는 모양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4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정도까지 된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이메일을 통해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검찰의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밝혔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앞서 박 장관이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들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검사의 직접수사 범위 확대 △보완수사 요구 실효성 담보 △검사의 기소 권한 보호 등에 중점을 두고 법안을 보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을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해선 “검경 수사권 조정과는 무관한 사안”으로 선을 그은 뒤 “각계각층의 의견을 심층적으로 검토해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검찰이 그간 주장해 왔던 수사권 조정안과 많은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특히 보완수사 요구권의 실효성을 담보하겠다는 것은 검찰이 가장 유려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SNS를 통해 “검찰의 주장에 경청할 부분이 있다”면서 향후 논의과정에서 수정보완이 이뤄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달 하순 해외출장 중이던 문무일 검찰총장이 대변인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반대입장을 드러낸 후 처음으로 나온 청와대의 반응이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2주년 대담을 통해 검찰에 "겸허한 대응"을 촉구하기는 했지만, 박 법무장관이 직접 메일을 보내 검찰요구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청와대와 법무부가 검찰에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검찰이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청와대와 정부, 검찰사이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 될 수 밖에 없어졌다. 오히려 청와대와 장관이 내민 손을 검찰총장이 뿌리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점에서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법조계에서는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그간 검찰의 건의와 입장을 수차례 무시하고 심지어 검찰이 정리된 입장을 보내도 ‘받은 적 없다’라고 외면하는 등 이른바 ‘검찰 패씽’을 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면서 “장관과 검사들 사이에 감정적인 골이 깊어졌다”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문무일 검찰총장은 이번 주로 예정돼 있던 기자간담회를 다음 주로 연기하기로 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검찰의 입장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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