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는 韓 연극의 ‘오늘’ 될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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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9-05-15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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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1일부터 6월25일까지 대학로 일대

[사진=대한민국연극제 제공]

“블랙 리스트,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문제가 나왔을 때 소리 내지 못하고 국민 여러분들에게 혼란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오늘’을 위해 먼저 ‘어제’를 사과했다.

지난 2월 당선된 한국연극협회 오태근 이사장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고개부터 숙였다. 한국연극협회라는 이름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했던 오태근 이사장은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오태근 이사장을 비롯한 연극인들은 새로운 ‘오늘’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 기자 간담회가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렸다. 오태근 조직위원장과 지춘성 집행위원장, 박장렬 예술감독, 작품 제작자 등이 참석했다.

연극계는 최근 어두운 터널을 지났다. 한국연극협회는 2018년 전임 이사장이 지원금을 미정산하여 파행 운영으로 위기를 겪었고, ‘대한민국연극제’ 진행에 논란도 겪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 함께 하는 것이 필요했다. 올해 한국연극협회와 서울연극협회 모두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했다. 오태근 한국연극협회 이사장과 지춘성 서울연극협회 회장은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을 이끄는 신임 집행부로 의기투합했다.

이번 연극제에서는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심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 경연의 대상에게는 ‘대통령상’이 주어진다.

이에 심사위원의 구성에 큰 변화를 줬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는 연극인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국의 연극인인 만큼 자신과 관여된 작품의 경우 심사기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공정성을 위해 다각도로 검토했다. 이번 연극제 이후 다른 규정들도 재편할 계획이다.

연극제의 전통을 잇겠다는 의지도 읽혀졌다. 지방 연극의 창작 활성화를 위해 시작됐기에 2015년까지 ‘대한민국연극제’는 ‘전국연극제’로 불렸다. 서울 지회는 참가하지 못했다. 2016년부터 서울 지회의 참가가 시작되면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는 ‘제4회’가 아닌 ‘제37회 대한민국연극제’로 관객들을 만난다.

전국 16개 시‧도의 예선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본선 참가작으로 선정됐다. 16작품이 6월5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전국 16개 지역의 대표 공연 16작품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담고 있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족이야기 ‘경숙이, 경숙 아버지’. 전쟁, 군대, 4대강사업, 현대 한국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반추하는 극단 십년 후의 ‘냄비’.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을 장대한 서사로 풀어낸 부산연극제작소 동녘의 ‘썬샤인의 전사들’. ‘대한민국에서 좋은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관료주의와 권위주의의 틀에 갇힌 현대 사회의 현실을 보여주는 극단 한네의 ‘꽃을 피게 하는 것은’이 공연된다.

극단 시민극장 ‘은밀한 제안’은 인간의 욕망과 선택에 관한 이야기를, 극단 파.람.불 ‘고래’는 잠수정이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맞이하는 죽음 앞에 솔직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다. 극단 한네(한국의 아낙네)의 ‘꽃을 받아줘’는 ‘삶과 죽음은 벽 하나 차이’라는 사랑요양원의 노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의 불행과 행복의 조화를 말한다. 극단 홍성무대 ‘1937년, 시베리아 수수께기’는 강제 이주 당한 동포들의 비극을 다룬다.

에이치프로젝트의 ‘전시조종사’는 전쟁을 관광 상품으로 만든 자본주의 굴레 속 이야기를 통해 전쟁처럼 힘든 현대인에게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극단 창작극회의 ‘아부조부’는 할아버지와 나의 이야기로 인생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올해 슬로건은 ‘연극은 오늘, 오늘은 연극이다’.

‘본선경연’이 대한민국 연극의 ‘오늘’이라면, ‘제1회 네트워킹페스티벌’은 ‘내일’이다. ‘네트워킹 페스티벌’은 차세대 연극인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올해 신설됐다.

‘네트워킹 페스티벌’ 심사는 2박3일로 전국의 연극인이 함께 모여 공개PT와 합동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국의 참여 팀들은 본인들이 직접 심사하는 공개PT를 거쳐 12편의 참가작을 결정했다. 또한 특별히 공개PT에 참여한 모든 단체를 대상으로 본 행사 전에 ‘네트워킹 데이’라는 2박3일의 워크숍을 간다.

’네트워킹 페스티벌‘ 참가작 12편은 6월6일부터 20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과 SH아트홀을 번갈아가며 공연된다.

박장렬 예술감독은 "연극을 창작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네트워킹 페스티벌을 통해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적 정신과 사회적 소명감 등 내일을 논의했으면 좋겠다. 사회의 관계. 인간 본연에 대한 질문과 태도에 대한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박 감독은 "6월1일 개막식 때 대학로에 큰 집회가 2개나 잡혀 있다. 이 풍경도 대한민국의 오늘이다"며" 예술은 이 시대의 정신적 복지를 담당한다. 소통과 공유를 통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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