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항공엔진 제작기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남 창원사업장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 때문인지 지난 16일 찾은 창원사업장은 올림픽을 앞두고 합숙훈련을 하는 서울의 태릉선수촌과 느낌이 비슷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을 볼 때처럼 뿌듯함이 느껴진다. 이 회사는 1980년 미국 GE사와 기술제휴로 'F-5' 제공호용 제트엔진 생산에 나선 이후 지금까지 40년 동안 우리나라의 각종 전투기 및 헬기사업의 엔진 주력 업체로서 명성을 지켜왔다.
이 같은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한국형 헬기 '수리온' 등 우리나라 공군의 주력 항공기 엔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과 위상을 갖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로 눈을 돌렸다. 2014년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와 2021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발사체 '누리호' 사업의 참여가 대표적인 예다.
엔진조립 공장 관계자는 "제품에 조금이라도 불량이 있으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숙련공들만 일할 수 있다"며 "엔진조립 공장의 경우 5년 정도 교육을 거쳐 회사가 요구하는 자격증 등을 따야만 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둘러본 곳은 누리호 엔진조립 공장이었다. 큼지막하게 걸린 태극기를 배경으로 '우주를 향한 한화의 불꽃. 여기는 한국우주개척의 요람입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우리나라의 꿈이기도 한 한국형 위성발사체를 쏘아 올리기 위한 3단형 발사체의 7t·75t급 엔진 품질인증모델을 생산하고 있었다. 내년 실제 비행에 사용되는 엔진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공급할 예정이다.
스마트팩토리를 표방해 만들어진 엔진부품 신공장은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았다. 처음으로 만난 무인운반로봇(AGV)은 자신의 동선을 방해하자 빨간불을 켜고 소리를 내며 일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보챘다. 이 로봇들은 미리 입력된 생산계획에 따라 자재창고의 제품들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다.
감상균 창원사업장장은 "이곳에서 제작하는 항공엔진 부품은 첨단 항공엔진의 케이스와 엔진 내부 회전부에 들어가는 초정밀 가공품"이라며 "로봇들은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니켈·티타늄과 같은 난삭 소재를 정밀 가공하고, 제품에 따라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1인 미크론(1000분의1mm)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스마트팩토리 운영 경험을 통해 확보된 제조경쟁력을 기반으로 지난 2015년부터 미국 ‘P&W’의 차세대 엔진인 GTF엔진 국제공동개발 프로그램(RSP)에 참여함으로써, 글로벌 항공엔진 제작사의 핵심 파트너로 인정받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연이어 대규모 수주(총 21조원)에도 성공한 바 있다.
유동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본부장은 “ 첨단 생산라인을 구축했기에 가능했던 대규모 수주였다”라며 “일체식 로터 블레이드(IBR)와 고압터빈 디스크 등 부가가치가 높은 회전체 제품들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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