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생경한 조합이다. 방탄소년단은 K-POP 돌풍을 일으킨 세계적인 그룹이다. 5.18은 현대사 최대 비극이다. 잘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만났다. 5.18 39주년을 전후해서다. 방탄소년단은 1억 뷰를 돌파한 뮤직 비디오만 20편이다. 올해 빌보드 2관왕을 받으며 K-POP 역사를 새로 썼다. 누구도 달성하지 못한 기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분석한 경제적 가치는 더욱 놀랍다. 연평균 생산유발 효과 4조 1,4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 1조 4,000억 원이다. 한해 1,600억 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 기업 26곳과 맞먹는다. 향후 5년 동안 인기를 유지한다고 가정했다. 데뷔 이후 10년(2014~2023년) 동안 경제적 효과는 56조 1,600억 원으로 추산된다.
그렇다 해도 기성세대에게 방탄소년단과 5.18은 생뚱맞다. 도무지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다. 이슈로 떠오른 이유가 있다. 4년 전 발표한 ‘Ma-city’에 5.18이 언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멤버들은 자신들이 자란 도시를 노랫말에 담았다. “날 볼라면 시간은 7시 모여 집합/ 모두 다 눌러라 062518.” 화제가 된 대목이다. 여기에서 062는 광주 지역번호, 518은 5.18민주화운동을 뜻한다. 멤버 중 한 명인 광주 출신 J-HOPE(정호석)이 작사했다. 해외 팬들(ARMY)은 SNS에 이렇게 적었다. “사람들은 좀 더 5.18 의미를 알아야 한다. 화가 나고 슬펐다. 사회 변화를 위해 삶을 희생한 한국인들이 자랑스럽다.”
지금이라도 해시태그와 방탄소년단을 입력하면 이러한 반응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해외 팬들은 유튜브와 트위터를 통해 5.18을 퍼 나르고 있다. 한국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5.18에 관심을 갖고, 공유하고 있음은 감동이다. 그들 가운데 일부는 광주 5.18기념관을 다녀가기도 했다. 광주에서 자란 J-HOPE은 올해 스물다섯이다. 그는 뜨거웠던 80년 오월에는 태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스물다섯 청년은 노래로 5.18을 기억하고, 또 또래 해외 팬들은 한국 민주화운동을 배우느라 한창이다. 헌데 정작 이 땅에서는 망언이 끊이지 않는다. 이념 논쟁까지 가세해 진영으로 나뉘어 얼굴을 붉히고 있으니 낯 뜨겁다.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5.18은 폭동이다”, 김순례 의원은 “5.18유공자는 세금을 축내는 괴물 집단이다”, 지만원은 “5.18은 북한이 사주한 것”이라며 5.18을 희롱했다. 심각한 역사 부정이자 사실 왜곡이다. 생떼 같은 가족을 잃은 참절한 고통을 생각하면 잔인하다. ARMY 팬만큼 만이라도 공감한다면 있을 수 없는 망언이다. 인간다움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때다. 맹자는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표현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감 능력은 거리와 비례한다. 지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가까울수록 공감하는 폭은 커진다.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이란 책에서 갈수록 무감각해지는 현대 사회를 들춰냈다. 다른 사람이 처한 고통을 점점 가볍고 진부하게 여기면서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5.18망언 3인방과 극우 인사들이 그렇다. 멀리 떨어진 ARMY보다 공감능력에선 훨씬 못 미친다. 바라보는 시선은 확연하게 다르다. 5.18 진상을 알기 위해 작은 노력이라도 기울였는지, 단 한 번이라도 5.18묘역에 다녀왔는지 묻고 싶다. 그랬다면 저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징계 수위는 국민 정서에 동떨어졌고, 처분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김진태(경고), 김순례(당원 자격정지 3개월), 그리고 이종명 의원의 제명마저 허공에 떴다. 제명 안건을 상정해도 부결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렇게 면죄부를 주면 끝나는 것일까. 지켜볼 일이다.
이제 5.18 이념 논쟁은 끝내자. 5.18은 역사적, 정치적,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안이다. 거듭 정의하자면 12.12 군사 반란과 불법적인 계엄에 맞선 민주화운동이다. 그 과정에서 권력욕에 눈 먼 정치군인들이 시민들을 학살한 참극에 다름 아니다. 5.18은 6.29를 거쳐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 피웠다. 그 붉은 꽃을 피우기까지 많은 피가 흘렀다. 매년 오월을 맞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한 이유다. 이웃이 처한 고통을 헤아리는 공감능력이 있을 때 용서도 화합도 가능하다. 아직도 5.18을 북한군이 사주한 폭동이라고 믿는 분들이 있다면 광주에 다녀오시길 권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