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전날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을 롯데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당초 우선협상대상자는 한앤컴퍼니였다. 하지만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가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롯데카드 인수는 사실상 물건너갔다.
그러자 우리은행이 참여한 MBK컨소시엄은 높은 인수금액과 직원 고용 유지 등을 골자로 수정 제안서를 제출해 롯데의 시선을 돌렸다. 현재 매각 구도는 롯데그룹이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중 MBK파트너스와 우리은행이 각각 60%, 20%씩 인수하고 나머지 20%는 롯데그룹이 유지하는 형태다.
매각 구도만 보면 우리은행의 단순한 지분 투자에 그치지만 업계는 "손태승 회장의 포석이 깔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롯데카드 매각 뒤 '본게임'이 시작될 거란 전망에서다. 우리금융이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롯데카드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카드업계 자산규모로 볼 때 우리카드는 지난해 기준 9조9831억원으로 전체 8개사 중 6위에 머물러 있다. 우리금융이 12조6527억원 규모의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자산은 약 23조원까지 늘어난다. 카드업계 지각변동이 예고된 셈이다.
'우리+롯데카드'(가칭)가 탄생하면 신한카드(29조3500억원), 삼성카드(23조47억원)에 이어 자산규모 3위로 올라서는데다 삼성과의 2위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5대 금융지주회사(신한·KB·우리·하나·NH농협) 중 하나금융과의 격차를 벌리며 3위 자리도 수성할 수 있다.
더욱이 신남방 네트워크 구축에 공을 들이는 손태승 회장으로서는 국내 카드사 최초로 베트남 카드 시장에 진출한 롯데카드의 영업력은 놓칠 수 없는 유인이다.
다만 MBK파트너스가 향후 롯데카드를 재매각할 때 우리금융 측에는 우선매수청구권이 없다. 따라서 우리금융의 롯데카드 M&A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우리금융 측은 "MBK컨소시엄의 우협 대상자 선정만 됐지, (롯데카드 M&A 등) 결정된건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신중한 모습의 우리금융측과 달리 카드업계의 지형도 변화가 불가피하단 전망에 힘이 실린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롯데카드 매각의 우협 대상자로 MBK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말이 나오자 우리와 롯데의 합병설이 수면 위로 등장했다"며 "우리가 롯데를 놓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손태승 회장이 지주 출범 후 IR(기업설명회) 등 해외 영업에 주력하고 있는데 동남아 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롯데카드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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