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발언을 삼가던 중국 외교관들이 최근 들어 작심한 듯 미국에 대해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추궈훙(邱國红) 주한 중국대사도 23일 공개석상에서 ‘전쟁’·‘공격’ 등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며 미국 비난에 나섰다.
추 대사는 23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열린 제3기 한·중고위지도자아카데미에 참석해 최근 격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참석자들의 교육 과정 수료를 축하해 주기 위해 단상에 오른 추 대사는 “오늘은 특별히 여러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미국과의 무역마찰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며 말문을 뗐다.
이어 그는 “중국은 그간 미국이 말하는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문제 등에 최선의 성의를 보였고, 양보도 했다”며 “그런데도 미국이 중국의 발전을 제한하려 한다면 이는 원칙적인 문제임으로 중국은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평소 미·중 무역갈등에 대해 말을 아끼던 추 대사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이같은 강경 발언을 뱉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추 대사는 “중국은 무역전쟁을 할 의향이 없으며 절대 선제 공격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불가피한 상황이 다가온다면 최선을 다해 가장 나쁜 시나리오에 대응할 용의가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추 대사는 “최근 미국 태도에 대한 우리의 반응은 미국의 보복적 조치에 비해 상당히 절제돼 있다”며 “이는 중국이 여전히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것이니 양국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화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 대사의 발언은 앞선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추이 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 채널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측이 한 번 이상 하룻밤 사이에 생각을 바꿨다는 것과 잠정적인 합의를 깼다는 것은 꽤 명백하다"며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동의한 그 어떤 것도 지키겠다는 입장이지만 생각을 자주 바꾸는 측은 미국"이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협상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의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됐다"며 "우리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했다.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지난달 10일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사이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율을 10%에서 25%로 인상했다. 뒤이어 중국도 6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리며 양국의 무역갈등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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