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괜찮았다. 대답만 해준다면. 파편처럼 혼자된 이들의 외침은 너무나 절박했다.
서울시무용단의 창작극 ‘놋’(N.O.T-No One There)?은 이런 외침에 귀 기울이고 대답하는 작품이다. 현재도 한국에서 계속되고 있는 세대, 남녀, 노사, 이념, 가족 간의 갈등과 문제들을 외면하지 않고 용감하게 직시했다.
점점 커지는 갈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2019년을 조명하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지난 23일에 이어 24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놋’은 치매에 걸린 80살의 할머니가 10살 소녀가 되어 한국전쟁 당시 헤어진 아빠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어린 소녀의 눈에 비친 이 시대는 너무도 참혹했다.
전통성을 살리며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한국적 창작춤으로 녹여낸 ‘놋’의 메시지는 또렷하게 전달됐다. 미투(Me too)를 다룬 ‘힘을 이기는 힘’, 노사 문제를 다룬 ‘백지장도 모이면 무겁다’ 등 다수의 장면들이 가슴을 울렸다.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꼭두각시, 삼고무, 오고무의 호흡과 움직임을 통해 한국적인 색채를 가미한 현대적인 춤사위는 인상적이었다. 김철환 작곡가의 음악은 극을 흥미롭게 끌고 갔다. 서울시무용단의 군무와 아역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작품성이 뛰어난 창작극을 보면서 ‘남’의 문제가 아닌 ‘우리’의 문제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또렷하게 하게 됐다.
‘놋’은 단절을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통과 화합을 이야기한다.
지난 1월부터 서울시무용단 단장으로 활동 중인 정혜진 단장은 “ ‘놋’은 우리 스스로가 만든 내면의 선, 사회의 선을 넘어보자는 데에서 시작했다”고 첫 작품에 대해 말했다.
오경택 연출은 “작품은 지금 우리의 얼굴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빠라는 그리움을 찾아 헤매는 소녀가 마주하는 사람들의 얼굴, 그 얼굴과 마주한다는 것이 소통을 향한 첫 걸음이다”고 연출 의도를 전했다.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너무 슬펐던 ‘놋’은 긴 여운을 남겼다.
‘창작 무용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되찾기 위한 서울시무용단의 힘찬 몸짓이 시작됐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