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진행중인 재벌가] 사실상 '그룹 총수', 도전과 파격 뒤엔 성과·수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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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입력 2019-05-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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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수인듯 총수아닌 후계자 上] 현대차ㆍ효성ㆍ신세계ㆍ대림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동일인(총수)에 지정되지 않았지만 실제 총수 역할 하고 있는 후계자들이 꽤 있다. 또 멀지 않은 미래에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기 위해 경영수업에 한창인 2세들도의 열심히 영역을 넓히고 있다. 아직 그룹의 공식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지 않지만, 경영 전반에 나선 예비 총수들의 발걸음이 시장에 다양한 족적을 남기고 있다. 데일리동방은 분주히 움직이는 후계자의 현황과 과제를 두 차례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조현준 효성 회장이 지난 11일 안양공장 잔디구장에서 임직원과 가족 등 3400여명이 참석한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효성그룹]

◆조현준, 내우외환 효성 시장 지배력 꾸준히 넓혀

[데일리동방] 공정위는 2년 전 퇴진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을 여전히 총수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효성은 3세 조현준 회장이 이끌고 있다.

2017년 취임한 장남 조현준 회장은 지분율 21.94%로 효성 최대 주주다. 셋째인 조현상 총괄사장은 21.42%로 비슷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9.43%다. 2014년 효성가 후계자 물밑 경쟁을 벌이던 2세 간 법적 다툼 이후 차남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전 부사장이 형인 조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현재 재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조 회장이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과 노틸러스 효성 등을 동원해 타 기업과 거래 과정에서 효성 ITX등을 끼워넣는 식으로 계열사에 부당 지원했다고 본다.

조 회장은 내우외환에도 묵묵히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지주회사 효성과 사업회사인 효성티앤씨(섬유・무역), 효성첨단소재(산업자재), 효성중공업(중공업・건설), 효성화학 등 5개사로 분할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치고 ‘뉴 효성’을 선언했다. 각사 전문경영인의 투명한 독립경영으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재고한다는 포부였다.

2007년부터 섬유사업을 맡아온 조 회장은 일찌감치 스판덱스(복원력 강한 섬유) 사업 세계 1위를 위해 C(China) 프로젝트로 중국시장을 공략했다. 이후 베트남 생산기지 구축을 진두지휘해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올렸다. 효성은 2010년 스판덱스 세계시장 점유율 23%로 1위에 올라선 이후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조 회장은 취임 이후 고객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세계 주요 전시회를 찾아다니고 있다. 그는 지난 8~9일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린 기능성 소재 섬유전시회 ‘퍼포먼스 데이즈’에 참가해 아웃도어 의류 시장 마케팅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제네시스 G90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제공]


◆파격 경영 색깔 더하는 현대차 정의선 체제

지난해 9월 취임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파격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2일 ‘2019 서울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고객중심 경영을 약속했다. 과거 고객보다 경쟁사에 집중해 어려운 시기를 보낸 데 대한 반성이다. 현대차는 정 수석부회장 체제 이후 고객의 목소리를 제품에 적극 반영해왔다. 대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팰리세이드는 넉넉한 실내공간과 다양한 편의사양, 가격대 성능비 조화로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올렸다. 2016년 코나 발표회 때는 정장을 입던 관행을 깨고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앞서 제네시스 브랜드 선포식과 아이오닉 해외 발표회 때도 직접 나타나 주목받기도 했다. 지난 3월부터는 사내에 완전자율복장제도를 도입했다. 그는 신년사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들어 달라진 ‘게임의 룰’을 강조하며 일 하는 방식의 변화를 예고했다.

공정위는 수년째 공석에 나타나지 않는 정몽구 회장을 동일인으로 본다. 현대차가 제출한 건강 소견서와 본인 자필 등을 참조했다. 이번 공정위 결정으로 현대차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게 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정의선 부회장 장인 정도원 회장이 지분 81.9%를 가진 삼표가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되면 규제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의선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이 필요하다. 지배구조에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둔 계열사들의 모비스 지분을 총수일가가 매입하면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승계를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아버지 정 회장 다음으로 많다. 지분 비율은 현대모비스(21.43%) 다음으로 정몽구 회장(5.33%), 정 수석부회장(2.35%) 순이다. 현대모비스 역시 정 회장이 6.96%로 기아차(16.88%) 다음으로 많다. 기아차 최대주주는 33.88%를 가진 현대차다.
 

2018년 10월 ‘온라인 신설 법인 신주 인수 계약 체결 발표식’에 참석한 정용진 부회장.  [사진= 신세계 제공]

◆정용진 부회장, 1분기 반토막 이마트 해외서 활로 모색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유통업 주력인 이마트에서 후계 절차를 밟고 있다. 올해 경영 화두로 “중간은 없다”를 제시한 그는 가치 소비와 저가 구매를 중시하는 스마트컨슈머에 미래가 달렸다고 강조했다. 점차 넓어지는 초저가 시장 선점을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겠다는 다짐이다. 앞서 신세계는 지난해 온라인사업 육성을 위한 투자금 1조원을 확보하고 지난 3월 온라인 통합 법인 쓱닷컴(SSG.COM)을 출범했다. 법인의 물류・배송 인프라와 상품경쟁력, IT기술 향상으로 2023년까지 매출 10조원을 달성해 온라인 1위에 오른다는 전략이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차별화 전략에도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030을 겨냥한 ‘요지경 만물상’과 ‘삐에로 쑈핑’이다. 연회비 없는 열린 창고형 매장 트레이더스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월계점은 6일만에 누적매출 75억원을 기록했다. 첫날 매출은 13억5000만원으로 2014년 수원점 개점일 최대 매출 기록을 5년 만에 갈아치웠다.

걱정은 이마트 실적 부진이다. 1분기 이마트는 순매출 4조5854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1.7%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743억원으로 51.6% 떨어졌다. 순이익은 697억원으로 44% 줄었다. 이마트는 분기보고서에서 미국 진출 본격화를 위한 현지 유통업체 인수 등 신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백화점·패션·면세점사업이 주력인 신세계는 여동생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끌고 있다. 신세계도 1분기 영업이익 1100억원으로 지난해 4분기 1338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어머니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 최대 주주로 각각 18.22%씩을 갖고 있다. 신세계의 경우 정유경 총괄사장이 9.83%, 이마트는 정용진 부회장이 10.03%로 각각 뒤를 잇는다.
 

이해욱 대림 회장[사진제공=대림산업]

◆이준용 대림 회장, 에너지 사업 속도…공정위 고발로 덜컹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회장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신성장동력인 에너지와 석유화학, 호텔 등 분야에서 디벨로퍼(부동산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림에너지는 지난 15일 칠레 산타로사 태양광발전소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 사업권을 인수한 칠레 태양광사업 중 하나로 9MW(메가와트)급 발전소 12개를 건설할 계획이다. 칠레의 분산 전원 정책에 따라 해당 지역에 직접 전력을 공급한다. 생산되는 모든 전력은 정부가 구매한다. 대림에너지는 상업 운전 이후 25년간 발전을 통한 매출과 신재생에너지 공급에 따른 탄소배출권 거래로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 2015년 지분 승계를 마친 이준용 회장은 그룹 지배 정점인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52.3%를 가졌다. 대림코퍼레이션은 대림산업 지분율 21.67%로 최대주주다.

총수일가 사익편취 고발은 이 회장에게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대림그룹이 자사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을 이 회장 부자 회사 APD에 넘기고 자회사 오라관광(現 글래드호텔앤리조트)이 사용케 해 회장 일가가 수익을 챙겼다며 이 회장을 이달 초 검찰에 고발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수익 편취 의혹으로 3세 체제 반년도 안 돼 난관에 부딪힌 이 회장은 당분간 운신의 폭이 좁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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