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 대표들이 은둔형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이제는 형님들이 나설 때가 있다. (게임=질병이라는 부정적 인식을)방어할 현업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일 서울 강남구 인터넷기업협회 N스페이스에서 열린 ‘격동하는 게임시장, 봄날은 오는가’ 포럼에 참석해 국내 빅3 게임업체 3N(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수장들이 WHO의 게임중독 질병코드 반대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게임중독(게임이용장애)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질병기준(ICD) 국내 도입을 앞두고 위기에 직면한 게임업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이끌어온 김정주 넥슨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 의장 등 1세대 리더들이 전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질병 분류를 계기로 게임중독세 등 각종 게임규제 부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게임업체 수장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회적 부정여론의 중심에 서왔던 경험상 이슈에 앞장서는것을 극도로 꺼려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게임산업에 대한 규제강화를 의식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게임 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전 산업계 공조 차원에서 3N과 NHN 이준호 회장에게도 참여를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게임산업계나 문화예술계 등 문화콘텐츠를 만드는 분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인식변화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며 "잘못된 목소리를 방어할 사람이 없으면 공격하는 곳이 이기게 된다. 충분한 기회가 있다. 목소리를 내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는 김병관 의원을 비롯해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정의준 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곽성환 한국콘텐츠진흥원 팀장, 박성호 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이 참석해 게임 질병코드로 인한 부정적 낙인효과가 디지털 문화콘텐츠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했다.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2014년도 WHO가 TF를 만들었을 때 처음에는 디지털콘텐츠와 디지털기기의 과다사용 문제를 질병코드화 하려고 했었다. 이 중 가장 취약한 게임이 타겟팅된 것"이라며 "스마트폰, 유튜브, 넷플릭스 등 새로 나타나는 기기들 디지털콘텐츠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화되면서 많은 콘텐츠들이 게임과 유사한 상황이 되고 있는데 총체적 문제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게임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향유하는 콘테츠 모두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산업경제적으로 볼 때 게임은 디지털경제의 가장 유망한 산업이다. 게임은 2018년 기준 콘텐츠 수출 54%나 차지한다. 다양한 논의가 부정적 인식 희석시킬 수 있다. 사회적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말했다.
WHO는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게임중독에 질병코드(6C51)를 부여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다. 오는 2022년 1월부터 전 세계 200여개국에 적용된다. 국내 적용시기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연도인 오는 2025년이 될 전망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와 공대위는 WHO에 이의제기를 하는 한편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주도하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항의 방문, 온오프라인 국민 반대운동 주도 등 총력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대위에는 게임, 영화, 예술, 미디어 등 90여개 단체가 참여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 194개 IT기업들이 회원사로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도 반대대열에 합류했다. 인기협은 "게임이 의료적 장애 진단의 대상으로 인식될 경우 관련 산업 투자 및 고용 축소, 기술 연구 및 지원 감소, 매출 하락, 산업 규제 강화 등으로 디지털 경제 전반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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