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성공적 데뷔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지난달 15일 금융당국으로부터 단기금융업 인가를 승인 받은데 이어 지난 3일 ‘KB 에이블(able) 발행어음’을 출시했다.
출발은 좋았다. 출시 하루만에 1회차 발행 목표치인 원화 5000억원을 완판했다. 'KB 에이블 발행어음'은 KB증권이 직접 발행하고, 원금과 약정된 이자를 지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 유동성 투자 상품이다.
제공 금리는 개인고객 기준 세전 1년 만기 약정식의 경우 연 2.3%(원화)·연 3.0%(외화)다. 입출금이 자유로운 수시식의 경우 연 1.8%(원화)·연 2.0%(외화)다. 하루만 맡겨도 연 1.8%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이벤트 우대수익률 적용 시 세전 최대 연 5%까지 받을 수 있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IB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초대형IB는 자기자본의 2배까지 발행어음을 판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대출·부동산금융 등에 투자할 수 있다. KB증권은 올해 총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 초대형IB 상위권 도전장
KB증권이 발행어음을 등에 업고 초대형IB 간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갈 거란 분석도 있다. 현재로선 KB증권이 초대형IB 5개사 중 실적 면에서 가장 부진하다. 3월말 기준 KB증권의 영업이익은 1138억원이다.
한국투자증권 영업이익(2746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밖에 NH투자증권 2370억원, 삼성증권 1496억원, 미래에셋대우 1420억원을 기록 중이다.
다만, 발행어음 사업이 KB증권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해 줄 수 있다. 초대형IB 중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곳은 KB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3개사 뿐이다.
이들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와 삼성증권에 비해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분명 유리하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도 초대형IB 및 발행어음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분주히 준비 중이다. 그만큼 발행어음은 증권사들에 매력적인 사업으로 평가된다.
다만, 위험투자가 확대되면서 자본적정성이 크게 저하된다는 점은 초대형IB에 부담이다. 특히 발행어음 업무를 하는 초대형IB의 경우 조정레버리지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조정레버리지배율은 기업이 타인 자본에 얼마만큼 의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8년말 조정레버리지는 NH투자증권 7.4배, 한국투자증권 6.9배로 신용등급 ‘BB' 수준인 7배에 근접했다. 같은 기간 KB증권도 6.5배로 열위 한 수준이다. 초대형 IB 5개사의 평균 조정레버리지배율은 2016년말 5.1배에서 2018년말 6.2배로 1.1배 증가했다.
박광식 한기평 금융실장은 “2017년 초대형IB 지정과 발행어음 업무 인가 등 대형사 기업금융에 유리한 정책기조,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아래 안전자산 레버리지를 활용한 이익창출력의 한계, 대형사 중심의 각종 규제지표 완화 등으로 위험투자가 급격히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박광식 실장은 “올해 들어 발행어음을 통한 조달 확대가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레버리지배율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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