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또 다시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무승부를 통해 얻은 수확은 적지 않았다. 벤투호의 ‘황태자’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부활했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백승호(지로나)의 발견은 평가전이 준 선물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6월 두 번째 A매치 평가전에서 1-1로 비겼다. 한국은 황의조의 선제골이 터졌으나 김영권(감바 오사카)의 자책골로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7위의 한국은 16계단이나 높은 21위의 아시아 최강 이란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특히 이란전 5경기 연속 무득점 사슬을 끊으며 ‘이란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기 충분했다.
이날 최대 수확은 황의조가 ‘킬러 본능’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황의조는 답답했던 7일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터뜨린데 이어 이란전에서도 후반 13분 천금같은 선제골의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토트넘)과 함께 최전방 투톱으로 선발 출전한 황의조는 수비수 김민재의 롱패스를 받아 돌파에 이은 감각적인 칩슛으로 이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무려 이란전 8년 5개월의 침묵을 깬 결정적 한 방이었다.
황의조는 벤투 감독이 사령탑에 오른 뒤 대표팀 최고의 골잡이로 떠올랐다. 황의조는 벤투호 16경기에서 7골을 기록했고,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9골을 폭발시켜 금메달과 득점왕을 동시 수확했다. 하지만 이후 주춤하던 황의조는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또 한 명의 수확은 백승호였다. 벤투 감독이 꺼낸 깜짝 카드였다. 백승호는 벤투 감독에게 네 차례 부름 끝에 이번에 처음 A매치에 나섰다. ‘기성용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날린 완벽한 데뷔전이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백승호는 뛰어난 볼 키핑력과 패스를 바탕으로 빌드업 과정에 큰 역할을 해냈다. 또 상대 흐름의 맥을 끊는 움직임과 태클도 탁월했다.
벤투 감독은 “백승호가 우리가 원하는 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예”라며 “침착하게 인내를 가지고 기회를 만든 과정에서 중앙 플레이의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다”고 깜짝 선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벤투 감독은 “볼을 가지고 있을 때 플레이가 특히 좋았고, 강팀 이란을 상대로 22세에 불과한 선수가 자신의 캐릭터를 충분히 보여줬다”며 “상당히 젊은 조합의 미드필더 선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앞으로도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또 손흥민도 백승호에 대해 “승호가 교체돼 나갈 때 박수를 칠 정도로 너무 잘해줬고 고맙다”면서 “A매치에 데뷔한 선수답지 않게 강팀 상대로 이런 모습을 보여준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칭찬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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