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현 고려대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는 14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데일리동방 창간기념 국민보고대회'에서 국내 기업지배구조와 차등의결권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바람직한 기업 지배구조 정착을 위한 기업문화'를 부제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서 조명현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정책 동향'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가 조사한 아시아 국가 기업지배구조 순위(CRS)에서 우리는 2016년 8위에서 2018년 9위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순위만 보면 한 계단 하락에 불과하지만 2016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지침)를 도입한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로 평가된다.
이에 대해 조명현 교수는 국내 기업들의 차등의결권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차등의결권은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실제 보유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을 부정적 평가했다.
조명현 교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차등의결권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정도"라며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등에 경영권 보호 장치 차원에서 차등의결권을 행사하고 있지만 외국에서는 부정적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투자자 컨퍼런스에서 차등의결권은 기업 경영에 있어 처음에는 효과가 있지만 7년 후면 효과가 없어진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며 "그만큼 폐해가 크다는 걸 인식해야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명현 교수는 기업들의 비재무적 요소(ESG)에 대한 글로벌투자분석회사(CLSA)의 최근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최하위 수준이란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바람직한 기업지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비재무적 요소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조명현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국내 기업들이 핵심 주주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소통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주와의 대화가 회사에도 유용하다는 점을 인식해야한다"며 "주주와의 대화는 비재무 요소에 대한 회사와 기관투자자 간 공감대 형성, 기관투자자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 신뢰 제고, 주주행동주의 등에 효과적 대응, 주주총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운영 등을 뒷받침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지배 구조 이슈에 대해선 경영승계를 비롯한 상속, 경영권 방어, 사적 이익의 추구 등을 거론했다. 국내 기업지배구조의 가장 큰 문제로 '경영권 방어'를 지목한 조명현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의 영향이 어떻게 미칠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