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산업 활력은 저하되고 신산업 창출은 늦어지는 등 기존 양적·추격형 전략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커지자 제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비탄력적인 주 52시간 근로제, 끊임없는 노사 갈등 등으로 고용의 질이 낮아지고 노동생산성 하락, 기업 활력 저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비전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책적 목표 설정과 정부 지원도 중요하지만 소득주도 성장의 부작용을 정확히 판단,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9일 신산업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 주력산업 등 제조업 전반에 대해 종합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르네상스 전략은 그동안 한국 경제성장의 뿌리가 돼준 제조업이 중국 등 신흥 제조강국의 부상, 4차 산업혁명 확산, 환경규제 강화, 노동여건 등으로 정체기를 맞았다는 위기의식이 배어 있다.
제조업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30%, 수출의 90%, 설비투자의 56%를 차지하며 한국 경제의 힘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대내외 환경이 변하면서 한국의 제조업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성장한 신산업은 거의 없었다. 그간 한국 성장을 이끈 주력산업 수출은 지난해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이다.
전 세계 제조업은 스마트, 친환경, 융복합이라는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응도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해 기준 10인 이상 제조기업의 11.8%에 해당하는 7903개 기업에 스마트공장을 보급하긴 했으나 이 중 고도화·스마트화 공장은 전무하다.
전기·수소차,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등 친환경 상품은 기술력에 비해 확산이 잘되지 않았다. 기술, 인력, 금융 등 제조업을 둘러싼 산업생태계도 제조기업 혁신을 촉진하기는 역부족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 제조업은 대변혁에 직면해 있다"며 "기존의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 핵심은 산업정책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산업구조 혁신 △신산업 육성 △산업생태계 개편 △기업가형 정부 등 4대 추진전략을 중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로 산업구조 혁신을 가속화한다. 중소기업 대상 스마트공장을 2022년까지 3만개, 스마트산업단지를 2030년까지 20개 조성한다.
친환경시장 선두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친환경차, 선박, 공기산업, 에너지신산업 등의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한다. 규제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과의 융복합화도 서두른다.
이와 함께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탈바꿈한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R&D 지원을 통해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로 했다.
민간은 2030년까지 180조원을 투자하고, 정부는 예비타당성조사 후 8조4000억원 규모의 R&D를 추진한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주 52시간 근로·노사갈등 탓에 달성 의문··· "적절한 속도 조절 필요"
정부가 제조업의 부활을 꿈꾸며 비전을 내놨지만 너무 급격한 소득주도 성장, 즉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 등 유연성 없는 정책 탓에 달성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한 중소 제조업체 관계자는 "너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력난과 수익성 악화를 동시에 맞았다"며 "하지만 우리 같은 하청 업체의 경우 원청에서 이를 제품 단가에 반영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돌파구가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끊이지 않는 노사 갈등도 제조업 활력 회복을 가로막는 벽이다. 자동차와 조선업 등 주력 제조업 노조 사태는 심각한 상황이다. 수출의존형 국가인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조선업이 위기에 처한다면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이들 업체보다 중소 협력사의 피해는 생존이 좌우될 정도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지만 정작 제조업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로제 같은 정권의 공약에 매몰된 정책의 경직성"이라며 "소득주도 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적절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사 갈등 사태의 경우도 정부가 균형점을 찾을 수 있도록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정책만으로 아무리 밀어줘도 정작 피부에 와닿는 사안들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제조업 살리기는 공염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