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 대사인 소설가 한강은 '영원히 새롭게 출현하는 것들'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강지희 평론가의 사회로 진행된 강연에서, 한강 작가는 지난달 노르웨이의 숲에서 했던 퍼포먼스 '미래도서관 숲'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백 년 뒤에 발표될 원고를 쓰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작가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우리 모두의 죽음과 그 모든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가 무엇인가를, 어떤 행위를 한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나를 매혹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결국 ‘기도’처럼 느껴졌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는 인간의 마음을 담았다”고 밝혔다.
영상의 시대에 종이책과 문학이 지닌 가치를 묻자 한강 작가는 “책에는 목차가 있어서 내용을 파악하기 용이하고, 수십 권을 쌓아 놓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보고, 귀퉁이를 접어두고, 몇 번이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종이책이 편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무리 증강현실을 통해 경험한다 해도 인간의 내면에 끝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매체는 책과 문학 작품”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결국 가장 새롭게 우리에게 출현해 오는 것은 잠시 우리가 사라지고 있다고 믿었던 종이책과 문학”이라며 “결국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은 문학이 영원히 새로운 것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앞서 살다간 모든 사람들이 공유한 주제들인 인간의 삶과 죽음, 고통, 사랑, 슬픔 등 그 모든 것들이 결국은 우리에게 늘 새로운 주제”라며 “그래서 문학은 우리에게 새롭게 출현할 수밖에 없고 좋은 책도 계속 출현할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책마당에서 열린 개막식에는 박양우 문체부 장관, 주빈국 헝가리의 외교부 슈베르 마르톤 차관보, 여러 출판 기관 및 단체장, 참가사와 독자들이 참석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이런 취지를 살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야구위원회, 대한축구협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책 읽는 운동선수 캠페인’을 개막식과 함께 개최했다.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이 비전선포문을 대표로 낭독하고, 정운찬 한국야구위원회 총재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이번 캠페인의 의의를 밝혔다. 이어 정유정 작가, 이승엽 한국야구위원회 홍보대사, 김병지 한국축구국가대표 이사장이 무대에 올라 작가의 친필사인이 들어간 신간소설 ‘진이, 지니’와 선수들의 사인볼을 교환했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은 총 41개국, 431개 전시 참가사가 함께 해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했고, 400여 명의 저자들이 도서전을 찾는다. 20일에는, 정우성 유엔난민기구 홍보대사가 도서전을 찾아 ‘난민, 새로운 이웃의 출현’을 주제로 특별 강연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