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거쳐 기준금리를 현 2.25~2.50% 수준에서 유지했다. 그러나 통화정책 성명에서 금리동결 기조를 뜻하는 '인내(patient)'란 표현을 삭제하며 향후 금리인하를 예고했다. 점도표에서 2019년 핵심 물가전망을 하향조정하고 2020년 기준금리 전망을 0.5% 포인트 하향조정하는 등 7월 기준금리 인하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연준의 바뀐 기조에 따라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도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 4분기 혹은 내년 초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제는 빠르면 7월, 늦어도 8월 인하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한은에서는 인하 기조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금리 인하에 나설 수도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기존의 입장과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이 총재는 20일에도 기자들과 만나 "FOMC 회의 결과가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며 "향후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내부에서도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조동찬 위원 외 1인의 금리인하 지지 의견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 위원은 "성장 경로의 하방 리스크 확대와 물가의 부진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 인하의 당위성이 있다"며 "예고 후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다음 달 18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금리인하 의견을 내겠다고 예고한 셈이다.
0%대 저물가가 장기화되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키우는 요소다. 일각에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제기하는 것이 한은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물가 상승률이 1%대를 넘지 못하고 있어 금리 인하는 사실상 불가피하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가 통화정책의 지표로 삼는 근원물가 역시 석 달째 0%다. 경기악화로 인한 총 수요위축이 물가를 끌어내리는 상황인 것이다.
여기에 경제지표가 갈수록 악화돼 금리인하 시기를 당기고 있다. 7월 금통위와 같은 날 발표되는 경제전망에서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는 현재 2.5%에서 큰 폭으로 하향하거나 2분기 성장률이 쇼크 수준인 1.0% 이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미 지난 18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낮추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2.5%에서 2.3%로 하향 조정했다. 같은 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초 제시한 2.5%보다 훨씬 낮은 2.0%로 낮췄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원·달러 환율은 20일 하루 동안 10원 넘게 급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4.0원 내린 달러당 116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로 마감한 것은 5월 8일(1169.4원)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전날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동한다는 소식에 10원 가까이 급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자 위안과 유로가 모두 달러 대비 뚜렷한 강세를 보였다"며 "미국의 '비둘기적 발언'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도 연내 동결에서 하반기 한 차례 인하로 전망을 수정하며, 그 시기는 연준의 인하시기에 따라 유동적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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