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첫 민주노총 위원장 구속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21일 김 위원장에게 “도망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5월과 올해 3~4월 사이에 총 네 차례 국회 앞 집회를 열면서 차단벽을 부수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불법행위를 계획·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구속된 사례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앞서 권영길(1995년)·단병호(2001년)·이석행(2009년)·한상균(2015년) 위원장이 구속돼 수감됐다. 문재인 정권 들어 첫 구속이다. 노동계는 이번 구속이 어느 정부보다 친노동 성향이던 문재인 정부와 양대 노총 중 한 곳인 민주노총이 완전히 결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계가 주도한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만큼 집권 초기만 해도 민주노총과 우호적인 관계를 보였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이 노동계 지지 속에 속도를 냈다. 지난해 1월에는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노총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만났고,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표자회의에 복귀하며 화답했다.
하지만 고용과 경제지표가 악화하면서 정부 노동정책에 변화가 생겼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달리 민주노총은 정부가 노동시간 단축 안착을 위해 추진한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에 강하게 반발하며 갈등이 본격화됐다. 대화파로 분류되는 김 위원장은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추진했지만 내부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민주노총에 우호적이던 정부와 여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11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에 대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전 원내대표도 지난 3월 “민주노총은 시대에 뒤떨어진 문제 인식과 행동을 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홍 전 대표는 작년 11월엔 “민주노총과는 대화도 안 되고,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면투쟁”··· 정부·여당 ’거리두기’
김 위원장 구속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 간 갈등과 반목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김 위원장이 구속된 직후 “더 이상 촛불정부가 아닌 노동탄압 정부를 상대로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을 탄압하고 위원장까지 구속한 것은 문재인 정부 역시 재벌존중과 재벌특혜 사회로 가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청와대 앞에서 김 위원장 석방과 노동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한 데 이어 24일 기자회견, 25일 전국동시다발 결의대회, 28일 전국단위노동대표자회의를 잇따라 연다. 다음 달 18일에는 총파업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와 여당은 더는 끌려가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문희상 국회의장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 구속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써달라는 민주노총 요청을 거절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경찰의 김 위원장 구속영장 신청을 두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도·보수세력 지지를 확보하려는 정부 고려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는 최근 경제라인을 경제 전문가인 김상조 정책실장과 거시경제 전문가인 이호승 경제수석으로 바꿨다. 올해 전망이 밝지 않은 기업경제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앞으로 노조보다는 시장 의견에 더 집중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총선을 고민하는 정부가 불법·폭력시위로 지적받는 민주노총을 껴안고 가기보다는 법과 원칙대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물 교체로 보여준 청와대 경제기조와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를 볼 때 노·정 관계 개선은 한동안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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