훙하이그룹은 애플 아이폰 최대 위탁생산업체로 유명한 폭스콘을 핵심 자회사로 둔 대만 최대 전자기업이다. 시장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 고조 속에서 훙하이그룹이 맞닥뜨린 도전과제도 만만치 않다며 류 신임 회장의 어깨가 무겁다고 보고 있다.
◆ '굿바이 궈타이밍' 45년 일군 훙하이 떠나기로
1974년 24세 혈기왕성한 젊은 나이에 직원 10명을 데리고 창업해 훙하이 그룹을 세운 궈 회장은 오늘날 회사를 대만 최대 기업으로 일궈냈다. 2020년 대만 총통직에 도전하기 위해 국민당 경선 후보로 출마, 회장 직에서 내려오기로 한 것이다.
궈 회장은 이날 후계자도 발표, 류양웨이 훙하이정밀공업 이사 겸 팍스콘 반도체(S차)회사 총경리를 향후 그를 대신해 그룹 경영을 이끌 것이라고도 발표했다.
◆ 새 사령탑 류양웨이···반도체 전문경영인
시장은 궈타이밍 회장이 없는 훙하이그룹의 미래에 '기대 반 걱정 반'인 모습이다. 실제로 궈 회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4월 17일 주당 91.8대만달러였던 주가는 지난 21일 기준 76.8 대만달러로, 16% 넘게 빠졌다.
궈 회장이 낙점한 류양웨이 신임 회장은 올해 63세로 훙하이그룹의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대만교통대 전자물리학 학사,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전자엔지니어링·컴퓨터학 석사를 따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직접 창업도 해본 기술 전문 경영인이다. 훙하이그룹 입사 전에는 대만 2대 반도체메이커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UMC) 계열사 경영도 맡았다.
2007년 훙하이그룹에 입사해 궈타이밍 회장의 특별비서로 근무하며 두터운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궈 회장이 2016년 일본 전자업체 샤프 인수하면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 진출을 선언한 이후 그는 그룹 반도체 사업 부문을 진두지휘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궈 회장이 그를 후계자로 낙점한 것은 그룹 미래 전략에 있어서 인공지능·로봇과 함께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 집단경영체제 돌입···'상왕' 궈타이밍 그림자도
류양웨이가 차기 회장으로 낙점됐지만 그 혼자 훙하이그룹을 꾸려나가는 건 아니다. '포스트 궈타이밍' 시대에 대비해 훙하이그룹은 이날 이사회 산하에 9명으로 꾸려진 경영위원회도 설립했다.
여기엔 훙하이그룹에서 20년 넘게 잔뼈가 굵은 경영진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들은 류 회장과 사실상 함께 그룹을 운영하면서 훙하이그룹이 전문경영인 중심의 집단경영체제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류 회장은 여전히 궈타이밍 회장이라는 '상왕(上王)'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궈타이밍 회장이 사임하긴 했지만 그가 그룹 경영에 여전히 영향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기 때문.
궈 회장은 여전히 훙하이그룹 최대 주주로, 이사회 임원에도 포함돼 있다. 궈 회장은 지난 7개월 새 훙하이그룹 주식 약 4만주도 추가로 매입했다.
◆애플 매출 급감, 무역전쟁 등 '가시밭길' 헤쳐가야
훙하이그룹 핵심계열사인 폭스콘은 애플의 최대 위탁생산업체다. 중국 대륙의 선전·쿤산·청두·우한 등지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애플 스마트폰 판매 급감으로 폭스콘 주문량이 급감했다.
이에 폭스콘은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 대한 위탁생산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이것마저 미·중 무역전쟁 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제재로 힘들어졌다. 폭스콘은 지난해 말부터 비용절감을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까지 진행 중에 있다. 최근엔 미중 무역전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본토 밖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것이란 '루머'도 돌았다.
올해 훙하이그룹 실적 성적표도 좋지 않다. 올 1분기 훙하이그룹 매출은 약 1조 대만달러(약 37조5000억원)로, 순익은 198억 대만달러에 그쳤다. 블룸버그 통신이 관측한 예상치를 웃도는 것으로, 역대 1분기 순익으로만 보면 5년래 최저치다. 현재 훙하이그룹 순익은 전체 매출의 2%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마진이 악화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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