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 공연 포스터에 적힌 문구다. 너무나 쉬운 질문처럼 보이지만, 현실을 둘러봤을 때는 너무도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지난 21일 개막해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신과함께-이승편’은 ‘다 같이 살면 안 되나?’라는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공연이다.
이 작품은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함께’ 원작을 각색해 만든 창작가무극이다. 한국 신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신과함께’는 따뜻한 감동과 웃음을 선사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저승편-이승편-신화편 총 3부작으로 연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서울예술단은 2015년 ‘신과함께-저승편’을 초연해 호평을 받았으며 2017년 12월에 개봉한 ‘신과함께-죄와벌’과 2018년 개봉한 ‘신과함께-인과연’은 모두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은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할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여덟 살 동현이의 집이 재개발지구에 포함되고 두 사람이 쫓겨날 신세가 되자 성주신과 조왕신은 위험을 무릅쓰고 철거 용역 담당자들과 맞선다.
철저한 조사를 바탕으로 재개발과 철거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피하지 않고 용감하게 현실 문제를 직시했다.
21일 기자들과 만난 김태형 연출은 “지난해 연말 아현동에서 한 철거민이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봤다. ‘2018년에 서울 한 복판에서 철거 문제로 사람이 죽을 수도 있구나’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결국은 인간 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재개발 부분의 비중을 높인 이유를 설명했다.
한아름 작가는 “각색을 준비하면서 자료를 조사하던 중 ‘여기에 사람이 있다’는 구호를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원작 웹툰 역시 한국 사회의 아픈 부분을 다루고 있다. 주호민 작가는 “ ‘신과함께-이승편'은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했다”며 “세상이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호민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영화나 뮤지컬로 만들어질 때 창작자들의 각색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는 이번 대본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여러 창작자들이 한 마음이 돼 이룬 성과다. 창작가무극에서는 원작과 다르게 철거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박성호의 비중이 커졌다. 비싼 등록금과 아버지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용역업체에서 뛰는 박성호. 빚 독촉 전화를 받는 그는 돈과 양심 사이에서 갈등한다. 힘든 시기를 살고 있는 청춘을 대변한다. 배우 오종혁이 맡았다.
주호민 작가는 “원작을 그릴 때 강한 사람은 악하게 약한 사람은 선하게 묘사되더라. 사실 강약과 선악은 관계가 없는 것이다”며 “박성호의 비중이 커지고 캐릭터가 선명해지면서 원작의 빈틈을 메워줬다. 대본을 보면서 ‘이렇게 그릴걸’ 이라고 생각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한아름 작가는 “박성호 이야기는 용산 참사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 그 분을 모티브로 했다. 실제로 전국철거민연합회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아름 작가는 “현실에 막혀 변해가던 박성호가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왔듯, 그 시작은 양심의 회복이고, 공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각색에 대해 설명했다.
공연 장소가 빌딩 숲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LG아트센터라는 점도 의미가 있다. 김태형 연출은 “원래 일정이 맞지 않았다. 역삼동에서 철거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귀띔했다.
의미 있는 작품에 참가한 배우들 역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성주신 역을 맡은 고창석은 " '다른 배우들의 영향력이 크구나'하는 것을 느낀다. 많은 배우들이 쌓아놓은 정서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의욕적으로 공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함께-이승편'은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따뜻한 희망'을 놓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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