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미국과 중국의 편 세우기를 역이용하여 이들의 경계선을 교묘히 넘나든다. 일본, 동남아 각국 등 아시아권에 속해 있는 국가들이 이 부류에 속한다. 우리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대응에 관련한 논의의 장(場)이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면면을 보면 각양각색이고 정부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한다. 여전히 친미(親美)와 친중(親中)이라는 진영 논리에 사로 잡혀 균형 감각을 찾지 못하고 공전(空轉)하고 있는 것 같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우리가 사는 길은 의외로 간단하고 명쾌하다.
첫째, 정치와 경제를 냉철하게 분리하는 전략이다. 또 부질없는‘안미경중(安美經中)’혹은 ‘안미경미(安美經美)’ 논쟁으로 뜨겁다. 전자는 양자 사이에 줄타기를 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차제에 미국 쪽으로 완전히 옮겨가야 한다는 논리다. 전자를 주장하는 쪽은 중국이 제2의 사드 보복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격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더 매달릴수록 중국은 교묘하게 이를 되받아친다는 점이고, 그에 따른 피해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이다.
사드 보복 이전에도 수차례 중국의 통상 보복이 있었지만 우리가 의연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찻잔 속 태풍으로 그친 적이 있다. 최근 상황이 중국에게 결코 녹록치 않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해야 할 중국의 입장에서 무역·기술의 최대 파트너인 한국과 대립각을 확대하는 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대처 방법은 우리에게도 길을 가르쳐준다. 정치적으로 미국 편에 단호히 서면서 경제적으로는 중국과 주고받기를 서슴지 않는다. 중국을 안달케 해야 경제적 운신의 폭이 더 커진다는 점을 잘 안다.
글로벌 서플라이·밸류 체인 재편과 중국의 홀로서기 사이에서 기회 엿봐야
양수겸장(兩手兼將)이 필요하다. 미국 주도의 재편이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차이나라는 큰 틀을 읽어야 한다. 새로운 축으로 부상하는 동남아와 중국을 시야에 두면서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글로벌 선두주자와의 합종연횡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한편으론 중국의 홀로서기에 편승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와중에 중국의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한·중·일 기업의 ‘배터리 동맹’은 대표적 사례다. 모두가 떠난다고 중국 시장에서 같이 짐을 싸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전화위복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셋째는 이해득실을 명확히 하면서 새로운 이익에 집중하는 것이다. 눈앞의 손해는 과감하게 안아야 하고,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으려는 헛수고를 할 필요 없다. 피해는 최소화해야겠지만 역으로 새롭게 생겨나는 이익 선점에 큰 눈을 떠야 한다. 현 상황이 중차대함을 인식하고 우리 기업들도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기업의 선택은 분명하다. 중국의 발이 묶으면서 생겨나는 이익을 최대한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섣불리 미국이나 중국 편에 서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것도 이 점에서는 매우 유효한 전술이다.
G20 회의가 목전이다. 미·중간의 정상회담으로 무역전쟁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기우에 그칠 확률이 높다. 미·중 무역 전쟁이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하는 정치적 이해보다는 시장의 편에 서는 것이 확실하게 사는 줄이다. 이 참에 중국 쪽에 지나치게 경사된 우리 경제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글로벌 밸류 체인 재편 작업에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 기술이 소외되지 않도록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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