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신칸센으로 45분이면 도착하는 오카야마현은 일본 민담에 등장하는 영웅 모모타로(桃太郎)의 고향이다. 모모타로는 복숭아를 뜻하는 ‘모모’와 일본의 남자 아이 이름인 ‘타로’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름으로, 복숭아 소년으로 번역된다.
일본 에도 시대의 설화에 따르면 옛날 옛적 자식도 없이 단 둘이 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있었는데, 어느날 할머니가 냇가에서 빨래를 하다가 큰 복숭아가 둥둥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했다. 할머니가 복숭아를 건져 먹으려고 자르는 순간, 안에서 엄지손가락만 한 건강한 남자아이가 나왔다. 할머니가 밥을 지어 아이에게 먹이자, 아이는 하늘이 노부부에게 자식을 주기 위해 자신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는 집으로 데려와 아이에게 모모타로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정성껏 길렀다. 밥을 먹을 때마다 무럭무럭 자라나 장사가 된 모모타로는 약탈을 일삼는 오니(귀신)를 퇴치하기 위해 오니가 살고 있는 오니가시마라는 섬으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 도중에 말하는 개와 원숭이, 꿩을 차례로 만나 친구로 삼았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수수경단을 나눠 먹은 모모타로와 친구들은 힘이 세져서 섬에 도착한 뒤, 오니들의 동굴로 쳐들어가 축제를 한창 벌이고 있는 오니들과 일전을 벌인다. 결국 대장인 우라와 오니 군대를 무찌르고 항복을 받아낸 모모타로는 오니들의 보물을 얻어 자신의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서 노부부와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
설화를 통해 짐작할 수 있듯 오카야마의 특산물은 복숭아와 수수경단이다. 거대한 인공동굴이 있는 메기지마 섬이 오니가시마 섬의 모델이다. 오카야마에 가면 기차역 입구의 모모타로와 동물친구들의 동상을 비롯해 모모타로 대로, 모모타로 박물관과 체육관, 모모타로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등 곳곳에서 모모타로를 만날 수 있다. 해마다 봄이 되면 모모타로 복장을 한 사람들이 길거리를 행진하는 모모타로 축제도 열린다.
모모타로는 일본의 여러 책과 영화, 미술작품 등에 등장하며 오랫동안 일본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때는 전의를 고조시키기 위해 ‘모모타로의 바다독수리’, ‘모모타로·바다의 신병’ 등 모모타로를 내세운 선전 홍보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했다.
일본인들의 유별난 모모타로 사랑 덕분에 올해 도쿄 시부야 거리에 문을 연 한국의 캐릭터 브랜드스토어 '카카오프렌즈'는 복숭아 캐릭터 ‘어피치’를 내세워 개장한 지 1개월 만에 35만명이 방문했고, 매출은 목표액을 144% 초과 달성했다고 한다.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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