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지난 21일 변호사 최모씨가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등록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서울국세청은 거부처분을 하면서 최씨에게 아무런 근거와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제출한 서류를 반송했다”며 “서울국세청이 거부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이나 근거가 되는 법령 등을 최씨에게 제시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세무사 자격을 보유한 변호사인 원고는 ‘세무대리인’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세무사로 등록해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거부처분에는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위법이 있다”는 등의 주장도 있었지만 절차상 하자를 인정한 재판부는 나머지 주장에 대해선 살펴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2017년 11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서 세무사 자격증을 받고 지난해 7월 서울지방국세청에 세무사 및 세무대리업무 등록신청을 했다. 서울국세청이 등록신청서와 첨부서류를 반송하자 최씨는 지난해 9월 이같은 반송이 변호사의 세무대리 등록을 거부하는 위법한 행위라며 소송을 냈다.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무대리 업무수행을 방해하는 국세청 관행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논평을 통해 “그동안 지방국세청장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인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협회가 세무당국에 수차례 항의를 했지만 당국은 계속 변호사 세무사 등록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무대리인 등록번호 부여는 새로운 자격을 부여하는 창설적 효력있는 행위가 아니라 행정절차에 불과하다”며 “법에 의해 세무대리인 자격이 있는 변호사에게 등록번호를 부여하지 않는 행위는 명백히 위법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도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지난해 4월 서울고법이 “세무사법이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부여하면서도 (세무소송 등) 변호사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 외에는 세무대리업무를 전혀 수행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로 하여금 세무사 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세무사법 제6조 1항과 세무사법 제20조 1항 본문 중 변호사에 관한 부분과 세무조정업무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한 법인세법 제60조 9항 제3호, 소득세법 제70조 6항 제3호는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이들 조항의 개정시한을 올해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았다.
변호사와 세무사의 밥그릇 싸움은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양새다. 이들 사이의 ‘힘겨루기’에서 세무사 측이 승리를 거둔 적도 있다.
지난 2017년 12월에는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취득 조항을 삭제한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1월부터는 변호사가 세무사 자격을 취득하려면 1·2차 자격시험을 통과해야만 한다.변협은 개정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변호사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직역은 세무사뿐만이 아니다. 변리사는 변호사의 변리사 자격 자동취득을 반대하며 특허침해소송을 대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공인노무사는 노동·행정소송, 법무사는 민사소액소송의 대리권을 요청하고 있다.
공인중개사와의 갈등도 첨예하다. 변호사의 부동산 중개시장 진출의 적법성 여부에 관한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공승배 변호사가 2016년 부동산 중개사이트를 만들어 부동산 중개시장에 뛰어들자, 공인중개사업계가 강력하게 반발하며 그를 고발했다. 검찰은 공인중개사 자격 없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공 변호사를 기소했다. 1심 법원은 국민참여재판 끝에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2심 법원에선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을 선고했다.
변호사와 다른 전문자격사 간 직역갈등이 악화하자 지난 1월 선거를 치른 변협은 ‘변호사 직역수호’를 공약 1순위로 내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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