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중소기업 임원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인력문제다. 아무리 연봉을 올리고, 복지제도를 만들어도 서울만 벗어나면 인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이다.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 중소기업 임원과의 저녁자리에서도 구인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지방 산간벽지도 아니고, 수도권에 위치한 회사인데 연봉만 많이 주면 청년들이 많이 지원하지 않겠냐고 묻자 “우리 회사 직원들은 스타벅스도 이용하지 못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직장인들에게 점심 이후 커피 한잔은 일상이 됐다. 수많은 커피 중에서도 스타벅스 커피는 조금 특별하다. 스타벅스 커피는 원두가 달라 유난히 맛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학자들은 스타벅스라는 브랜드에 집중한다. 초록색 바탕 위에 바다 인어 '세이렌'이 새겨진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스타벅스 브랜드를 소비하는 행위이면서 '나는 스타벅스 마시는 사람이야'라는 문화 소비 행위라는 해석이다.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점심시간 동안 밥을 먹고, 스타벅스를 소비할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스타벅스 문화권’에 들어와 있냐 그렇지 못하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에 스타벅스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경기도에도 스타벅스 매장이 존재한다. 다만, ‘서울과 비교했을 때’라는 단서를 붙이면 스타벅스 문화권에 들어와 있는 기업은 턱없이 적다. 지난 5월 초 기준 서울에는 487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서울 면적 10㎢당 8.05개 꼴이다. 경기도의 경우 매장수가 254개로 줄어든다. 10㎢당 0.25개로, 서울과 40배 차이가 난다. 이마저도 IT기업이 몰려 있는 성남시를 제외한 타 지역은 스타벅스를 이용하기가 더욱 힘들어진다. 위 중소기업 사례처럼 경기도 내 많은 직원들은 스타벅스 문화권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깟 문화 소비, 참고 살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현실이 있다. 스타벅스 매장은 문화 인프라의 한 척도일 뿐이지만, 스타벅스 매장조차 없는 지역은 대부분 주거‧교통‧교육 인프라가 열악하다. 대중교통 구축 수준, 자녀 교육을 위한 학군 및 학원시설, 외식시설, 문화시설 등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다. 서울을 벗어나 판교 등 일부 테크노밸리에 들어가지 못한 경기 소재 중소기업이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은 비단 연봉만의 문제는 아닌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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