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이들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기업 운영의 핵심 이념으로 삼고, 전향적으로 회사의 다양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사회공헌·행복추구···"변화 주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사회공헌 비전을 최초로 발표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함께 가요 미래로! 인에블링 피플(Enabling People)'이란 목표를 내세우고, 사회와 나누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또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총 133조원을 투입하는 투자, 고용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와 LG는 자유로운 조직문화 정착에 오너가 발 벗고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직급체제 개편과 복장 완전 자율화 등 전반적인 그룹 문화를 바꾸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살롱(Salon)'과 '다락(多樂)' 등 임직원들의 자유로운 소통 공간을 조성하고, 주 40시간제 정착을 위해 새로운 근태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 중소기업으로도 확대···성패는 '오너 의지'
6개월 뒤인 내년 1월부터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규모 사업장에도 주 52시간제가 확대 적용된다. 중소기업들의 경우 업무 여건과 환경이 대기업보다 열악한 만큼 정착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계에서도 결국 오너들의 의지가 제도 정착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내에서 반도체 소재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한 대표는 "대기업에 제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항상 '을'"이라며 "납품 기일과 납품량 등이 빡빡한데 주 52시간제까지 도입되면 생산량이 떨어지고 인건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도 걱정이 커지고 있다. 업무시간 감소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향상될 수 있지만, 잔업이 줄어들어 수당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로고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직원은 "최저임금으로 급여를 받기 때문에 주 업무시간은 크게 돈이 안 된다"며 "야근, 특근 등을 해야 낮 근무보다 1.5배를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사라지면 급여가 크게 준다"고 말했다.
실제 중소기업들은 주 52시간을 앞두고 별다른 대책 마련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지난해 실시한 '근로시간 단축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의 20.9%는 주 52시간제 도입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생산량 축소 감수(별다른 대책 없음)'라고 답했다. 그 외에는 신규인력 충원(25.3%), 공정 자동화 등 생산설비 투자'(16.9%) 등을 검토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주 52시간제가 중소기업까지 확대·정착되기 위해서는 상속·증여세 부담 인하, 인건비 지원, 각종 직업 교육 등 오너의 의지를 바꿀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하고 있다. 또 계도기간을 부여해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오너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형사 처벌, 단기간에 주 52시간제 강제 시행 등 방식이 매우 경직돼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비용이 상승하는데, 노동자는 오히려 임금이 줄어드는 문제 등도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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