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반정부 시위대 식민지 시절 '영국령 홍콩기' 꺼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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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7-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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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강압 통치 거부·영국이 보장했던 자치 요구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완전 철회 등을 요구하는 홍콩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홍콩 입법회 건물에 난입해 의사당을 점거하고, 연단에 영국령 홍콩기를 내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이날 오전 홍콩섬 도심에 있는 입법회 건물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오후에는 수만명의 시위대가 도심에서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임과 송환법 철회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행진을 펼쳤다.

시위대의 움직임은 갈수록 격화됐고, 오후 5시경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며 홍콩 입법회 건물 난입에 나섰다. 시위대는 철제 정문과 바리케이드를 부수고 입법회 건물에 들어섰고, 입법회는 사상 최초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이 최루 스프레이를 뿌리며 시위대 진압에 나섰지만, 이들을 막지 못했다. 결국, 시위대는 오후 9시경 입법회 내부로 진입, 의사당을 점거했다. 그러면서 의사당 연단에 영국 식민지 시절 사용했던 홍콩기 ‘영국령 홍콩기’를 걸었다.

시위대가 의사당 연단에 ‘영국령 홍콩기’를 건 것은 중국의 강압적 통치를 거부하고 과거 영국이 보장했던 자치를 요구하는 행동으로 풀이된다.

홍콩은 지난 1898년부터 1997년까지 영국의 지배를 받았지만, 지배 기간 홍콩은 영국의 주요 무역항으로 사용되며 눈에 띄는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또 영국의 선진화된 민주주의 사고가 빠르게 안착돼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한 서방 선진국 계열의 국가 이미지를 구축했다. 

하지만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중국 본토인들이 홍콩에 대거 유입됐다. 중국 부유층의 투기 과열로 홍콩 물가는 가파르게 치솟으면 홍콩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졌다. 여기에 친중(親中)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홍콩 지도부의 행보에 홍콩 시민들의 불만은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이로 인해 중국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 지금보다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던 영국 식민지 지배 시절을 그리워하는 홍콩인들이 다수 등장했다. 

한편 홍콩 입법회를 점령했던 홍콩 반정부 시위대는 2일 새벽 경찰에 의해 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의사당 연단에 걸린 영국 식민지 지배 당시의 '홍콩기'.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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