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고온·고압의 물기둥이 도심 한복판에서 갑자기 치솟아 행인 1명이 숨지고 50여명이 화상 등으로 다친 경기 고양시 백석역 온수관 파열사고가 사실상 '인재(人災)'였음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2일 '열수송관 안전관리실태' 감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는 온수관 누설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보수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누설 여부 감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감시시스템은 온수관 보온재 내부에 감지선을 설치해놓고 누수 등의 원인으로 감지선이 끊어질 경우 이를 감지해 이상 신호가 울리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난방공사는 특정 감시구간의 이상 신호가 발생했는데도 손상된 관로를 복구하지 않고 있다가 이 구간의 감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면 아예 '미감시' 구간으로 분류해 해당 구간의 감시를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현재 8623개 구간 중 26%인 2245개 구간이 감시시스템으로도 이상 여부를 감시할 수 없는 상태였다.
특히, 1993년 이전에 온수관이 설치된 지역의 3919개 구간 중 절반에 가까운 1908개 구간의 상태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난방공사는 또 온수관 상태 유지를 위해 대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업무를 부적정하게 처리했다.
난방공사는 2010년 7월 실제 매설된 온수관을 절단해 시험 분석용 샘플 24개를 만들어 독일에 있는 전문연구소에 의뢰, 온수관 중장기 유지관리계획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온수관 잔여수명 평가 작업'을 실시했다. 평가 결과 24개 샘플 중 11개의 기대수명(사용기간과 잔여수명의 합)이 40년 이하였다.
이에 평가 담당 직원 A씨는 온수관 교체 등 후속 조치를 취해야 했음에도 2년 뒤 2012년 10월 기대수명이 높게 나오게끔 방법을 바꿔 재산정했다.
그럼에도 6개의 샘플에서 기대수명이 여전히 40년 이하로 나오자 A씨는 나머지 샘플만으로 기대수명을 산출해 허위보고했다.
이에 감사원은 난방공사에 "온수관 감시시스템에서 감지되는 이상 지점에 대한 보수를 실시하고 장기 사용된 관로의 잔여수명을 합리적으로 평가한 뒤 이를 교체하는 등 온수관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전문기관의 시험평가 결과를 임의로 수정해 보고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자에 대한 주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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