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와하라(おわハラ).
일본 취업시장 호황기를 보여주는 일본 신조어다. '끝내라'는 오와레(終われ)에 괴롭힘을 뜻하는 'Harassment'를 합성한 말이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구직자에게 구직활동을 마치고 회사에 입사할 것을 강요하는 의미다.
2월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18년 평균 유효구인배율은 1.61로 9년 연속 상승했다. 유효구인배율은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 비율이다. 즉 취업 희망자 1명당 1.61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이 기업을 골라가는 일본의 취업시장은 '오와하라'라는 단어처럼 갑과 을이 역전되고 있다.
이처럼 심각한 구인난을 맞이한 일본과 구직난을 겪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일본 취업시장으로 눈 돌리는 한국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열린 일본취업 박람회에는 채용 규모가 660명 정도였지만 사전 서류접수만 6200건이 넘었다.
◆일본으로 떠나는 젊은이들
김기훈(28) 씨는 올해 4월에 직장을 그만뒀다. 30대를 앞둔 그였지만 고용 불안감에 사표를 내밀었다. 그는 집 근처 도서관과 일본어 스터디 모임을 오고 가며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 김 씨는 워킹 홀리데이로 1년간 일본에서 일하면서 현지에서 취업까지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한국은 취업 후에도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불안하다"며 "일본은 신입사원을 정사원으로 장기 고용해 인재로 키우기 때문에 일본 취업에 도전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이경희(27·여) 씨는 서비스업 관련 기업에 내정 받아 교육연수 중이다. 이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단체여행객을 상대하는 여행사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사드 보복 피해로 여행업계가 침체기에 빠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을 그만둔 후 일본으로 눈을 돌렸다. 이 씨는 유학비자로 일본어 학교에 입학해 정규 과정을 마친 후 올해 상반기에 한 기업으로부터 취업소식을 들었다. 그는 "같은 조건이라면 한국보다는 일본에서 이점을 살릴 수 있다"며 "일본은 영어를 잘하면 우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어에 관심이 많은 한국 청년들이 일본에서 강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취업 호황에 희망만 기대하다가는 실망할 수도
모두가 가고 싶어하는 일본 대기업의 경우엔 우리나라 취업시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본 아오모리 현 지자체에서 근무 중인 김지희(27) 씨는 "일본이 전체적으로 구인난에 빠져있더라도 대기업·금융권은 우리나라 취업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일본 대기업이 현지인보다 언어 능력이 부족한 외국인을 굳이 고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IT업계는 언어 실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도 외국인을 많이 채용하고 있다"며 "일본 내 업계마다 취업 온도는 상이하다"고 전했다.
특히 "일본 취업에 성공했더라도 청사진만 존재하지는 않는다"며 "한일 양국 외교관계에 따라 업무와 일상생활 등에서 힘든 부분이 생긴다"고 했다.
또 일본 취업에 성공한 이들 모두 일본어 능력을 취업에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이경희 씨는 "일본 취업에서 채용은 기본적으로 준원어민 수준의 일본어 능력이 전제조건"이라며 "IT 기업을 제외한 업계는 일본어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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