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경기 수원시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과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14호인 칠장사 대웅전을 안성 칠장사 대웅전으로 명칭을 바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4일 밝혔다.
현재 사적 제115호로 지정된 수원 화령전은 화성 축조(1793~1796)를 주도 했던 조선 22대 임금 정조(1752~1800)가 승하한 뒤 어진을 모실 영전으로 1801년 건립됐다. 전주의 경기전과 함께 궁궐 밖에 영전이 남아있는 드문 사례로 정조 이후의 모든 왕들이 방문해 제향을 한 곳이다.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물은 ㄷ자형 배치형태로 화령전의 중심 건축군으로 정전인 운한각과 운한각 옆면을 바라보고 서 있는 이안청, 두 건물을 잇는 통로인 복도각이 자리한 구조다. 이안청은 불가피한 상황에 어진을 임시 봉안하는 곳으로 정자각 정전에 이안청이 별도로 있던 조선 초기 영전과는 달리 이안청을 복도각으로 연결해 조선 후기의 변화된 새로운 형식의 영전 공간구성을 보인다.
정전의 평면구성은 중앙에 어진을 봉안하는 합자(작은 문이 달린 공간)를 두고 좌우에 온돌이 있는 협실을 뒀고, 여러 물품을 보관했던 퇴칸(정면이 여러 칸으로 된 건물에서 좌우 끝 쪽에 있는 칸)을 배치해 주칸(기둥과 기둥의 사이)의 크기를 달리했다. 기둥의 가공이나 창호, 창틀, 지붕마루, 기단 석축 가공 등 세부적으로도 격식이 돋보이는 건축양식을 보여준다.
승정원일기와 순조실록에 건물 준공과정과 화령전응행절목에 제사 절차와 건물 관리 규범, 각 건물에 보관한 기물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전해오고 있다.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 세 건물은 이후 수원의 근대적 도시 발전 과정에서도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고 1801년 창건 당시의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의 역사적 기록도 잘 남아 있다. 19세기 궁궐건축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장인의 동원과 기술, 기법이 건물 각 세부에 충분히 적용돼 있다.
안성 칠장사 대웅전은 1790년(정조 14년) 중창되고 1828년(순조 28년) 이건된 건물로, 경기도 권역에 조선 후기 사찰 중심 불전의 건축 상황을 잘 보여준다.
전체 평면은 정면 3칸, 옆면 3칸으로 화려한 다포식(공포를 기둥 위뿐만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배열한 공포 형식) 공포(처마의 무게를 받치려고 기둥머리에 짜 맞추어 댄 나무쪽)를 전후면에만 두고, 구조는 짓고 관리하기 쉬운 2고주(한옥에서 대청 한복판에 다른 기둥보다 높게 세운 기둥) 5량(대들보)의 맞배집(건물 앞뒤에서만 지붕면이 보이고 추녀가 없으며 용마루와 내림마루만으로 구성된 지붕집)으로 처리했다.
대웅전은 공포의 구성과 더불어, 덩굴무늬를 그린 초각(덩굴풀이 뻗어나가는 꼴을 그린 무늬를 새긴 것), 내부의 가구(기둥이나 공포위에 얹혀 내부공간을 형성하는 구조나 구조물) 구성과 불단의 조성, 소란반자(반자틀을 우물정자로 짜고 그 안에 넓은 널 등으로 꾸민 천장)와 연등천장(서까래 사이의 개판 또는 앙토 밑이 그대로 치장이 되게 한 천장), 닫집(사찰 등에서 불상을 감싸는 작은 집이나 불상위를 장식하는 덮개)을 함께 사용한 천장의 처리, 대들보와 기둥을 자연 그대로의 휘어진 나무를 활용한 점, 사방의 벽면에 둔 창호의 배열 등이 18~19세기 불전 건축의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칠장사(문화재자료 제24호)는 1014년(고려 현종 5년) 혜소국사에 의해 중창돼 정확한 창건 시기는 전하지 않는다. 대웅전에는 1685년 만들어진 안성 칠장사 목조석가삼존불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213호)이 모셔져 있고, 1628년 그려진 칠장사오불회괘불탱(국보 제296호), 1710년에 그려진 칠장사삼불회괘불탱(보물 제1256호)이 전한다. 칠장사 경내에 안성 칠장사 혜소국사비(보물 제488호) 등 고려 시대의 불교 유적 등 다수의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고, 사찰의 역사를 전하는 사적기와 현판 등도 남아있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한 수원 화령전 운한각·복도각·이안청과 안성 칠장사 대웅전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수렴된 의견을 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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