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한국 때리기'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적 보복 성격인 수출 규제 조치를 대북제재와 연관 짓고, 이를 위해 가짜뉴스까지 동원하는 일본 정부의 '칼춤'은 한·일 양국의 국익은 물론 동아시아 평화 문제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아직 양국이 경제적으로 관계가 밀접하고,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을 분석하는 기법인 SWOT(강점·약점·기회·위협 요인) 방식을 빌려 최근 한·일 관계의 명암을 짚어본다.
전문가들은 한·일 정상외교가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고위급 및 실무 차원의 꾸준한 교류와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봤다.
최근 2년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2018년 10월), 화해 치유재단 해산(2018년 11월), 한·일 레이더 조사 및 초계기 갈등(2018년 12월), 문희상 국회의장 천황 사죄발언(2019년 2월), WTO(세계무역기구)의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관련 소송(2019년 4월) 등 한·일 갈등 사안은 지속적으로 발생했지만 양국 장관·국장급 회담은 꾸준히 개최됐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일 외교장관회담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이후 총 14차례 개최됐는데, 이는 박근혜 정부(11회)나, 이명박 정부(28회) 출범 초기보다 높은 수치다.
한국과 일본은 과거 불행했던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 등 화해의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 역사적 갈등의 근본원인은 놔둔 채 '정치적 봉합'으로 갈등을 섣불리 해결한 점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했다.
최은미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교수는 "강제징용 문제로 대표되는 역사갈등은 과거 일본의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의 법적 성격을 묻는 근본적인 문제이자 양국 관계의 근간을 묻는 본질적인 갈등"이라면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없이 한·일 청구권협정이라는 정치적 봉합이 이번에 한계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 관계 악화 추세에도 경제·관광·문화 등 민간차원의 교류는 매우 활성화되고 있으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상대국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점은 장기적으로는 한·일 관계 발전에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동아시아연구원·겐론NPO가 한·일 국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상호인식조사에 따르면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인 호감도는 젊은층(19-39세)에서 한국이 79.0%, 일본이 5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최 교수는 "(일본) 젊은 세대의 경우 여행, SNS 등으로 기성세대와 기존 미디어에 의해 재생산되어 온 일본관에 상대적으로 덜 노출돼 한국에 대한 친밀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한·일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도 긍정요소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전 국립외교원장)는 "한·일 경제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양국 간 수출규제는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에게도 타격이 간다"면서 "상호의존적, 경쟁적, 분업화가 고도로 이뤄진 단계에서는 양쪽 다 피해를 보는 제로섬 구조이기 때문에 일본도 섣불리 행동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국제관계가 미국과 중국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보호무역주의는 한·일관계의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특히 일본이 남북관계를 끌어들여 안보이슈로 갈등을 끌고가는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공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조양현 국립외교원 아시아태평양연구부 교수는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은 국제정치,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켰다"면서 "미·중갈등 장기화 가능성이 현존하는 상황에서 역내국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한국과 일본이 충돌한다면 한·일 안보협력 진전에도 한계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사드배치 후 한·중 관계 경색, 북한 및 한반도 문제의 안정화 필요성 등을 감안한다면 한·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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