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단체는 금융회사와 재벌, 금융당국의 각종 부조리와 횡포에 맞서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금융권력의 전횡이 드러나면 집단 농성과 시위는 물론 소송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키코 사태'처럼 손을 잡고 응집력을 발휘할 때도 있다.
18일 데일리동방은 대표적 금융 시민·사회단체로 약탈경제반대행동, 금융정의연대, 금융소비자원, 금융소비자연맹, 경제개혁연대 등 5개 단체의 조직을 분석하면서 건전하고, 건강한 금융 생태계를 함께 모색해봤다.
◆ 약탈경제반대행동 "금융적폐 청산의 시작은 모피아 몰아내기"
설립 4년차를 맞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금융노조 산하 금융연구소와 민주노총 산하 금융연맹 내 진보금융네트워크 연구조직 등의 회원들로 구성된다. 이대순 변호사를 비롯한 3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위원 20여명이 활동중이다.
최근 황창규 KT 회장의 업무상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들에관한법률상의 업무상 배임죄, 횡령죄, 조세범처벌법위반죄, 뇌물죄 등을 제기하면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대순 대표는 약탈경제반대행동 등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키코피해공동대책위원회의 공동위원장도 겸직하고 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은 금융권의 폐쇄적 구조와 채용 비리, 대기업 총수의 정치권 로비 등 매년 터져 나오는 문제의 근원으로 '모피아'를 꼽았다.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 정부 기구나 산하 단체에 뻗어 있는 걸 의미하는 모피아 때문에 금융적폐를 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대순 대표는 "금융선진화를 위해 모피아를 견제할 수 있는 하나의 세력, 하나의 줄기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며 "보여주기식으로 국장급 한 자리를 내어주는 관행을 탈피해 과감히 팀·과장급 실무자부터 비(非)모피아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키코 사태'를 바라보는 약탈경제반대행동의 시선 역시 확고하다. 수 백 개의 수출중소기업들이 환헤지를 위해 가입했던 키코 상품과 관련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원화가치가 하락하자 결과적으로 손실을 볼 수밖에 없었던 왜곡 상품"이라는 주장을 10년 간 펼치고 있다.
키코 판매행위를 불완전판매로 보는 것도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명백한 사기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대순 대표는 "10년 동안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환자들만 남았다"며 "만약 은행들이 '키코판매=사기'란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연합자산관리주식회사인 유암코로 대표되는 시중은행의 시장독점을 금융적폐의 민낯이라고 비난한다. 유암코는 신한, KB국민,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이 참여해 부실채권 매각, 유동화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하지만 은행들 스스로 출자해 유암코를 만들어 독식하다 보니 "어떤 회사의 채권이 부실한지 여부는 그들만 아는 정보로 둔갑해버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약탈경제반대행동 관계자는 "유암코가 다루는 채권은 낱개로 판매하지 않고 대량 묶음(번들)으로 팔기 때문에 정상 채권이라도 은행들은 '끼워팔기'로 꼼수를 부린다"며 "은행들만 공유하는 정보로 부당이익을 올리는 기형적 구조는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 금융정의연대 "최대 금융적폐는 채용비리, 청탁자 공개하라"
220여 명의 회원들로 구성된 금융정의연대는 2013년 창립한 단체로, 김득의 전 론스타공동대책위 집행위원장이 대표를 맡고 있다. 금융정의연대는 스스로 '소비자들의 권리가 소중하게 보호받고, 금융공공성이 실현되도록 당국과 금융회사를 감시하는 단체'라고 소개한다.
금융정의연대가 '소비자의 든든한 보호자'라는 명성을 얻게 된 배경은 이 단체의 주요 활동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활동을 중심으로 보면 우선 지난해 9월 '태광그룹 관련 재벌기업의 경제민주화 정책적 고찰' 국회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밖에 지난해 11월 일명 '신한 사태'로 일컫는 신한금융지주회사 고위직 인사의 비리 의혹 수사 촉구,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국회 공청회, 올해 3월 신용정보법 입법 평가 국회 토론회 등을 주관했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본격 드러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를 대표적인 금융적폐로 지목했다. 현재까지 제실력이 아닌 소위 '빽'으로 입사한 부정합격자는 여전히 퇴사조치 없이 근무하고 있는데다 청탁자 공개는 물론 피해자 구제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김득의 대표는 "우리나라는 채용비리가 사기죄에 해당되지 않아 비리 은행들은 업무방해죄로만 기소하고 있다"며 "공개채용이란 면에서 사회적 계약을 깬 은행들은 명백한 사기를 저지른 만큼 관련 법도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의연대는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참여 단체로, 피해기업들의 신속한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불협화음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 금융소비자원 "관치로 얼룩진 현 정부는 금융문맹 수준"
7년 전 사단법인으로 승인된 금융소비자원은 조남희 초대 원장이 이끌고 있다. 전국 1만5000여명 온·오프라인 회원이 등록돼 있다. 3개월에 한 번꼴로 청와대와 국회에 '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적용에 대한 특단의 대책 요청 건의문' 등 금융정책을 제안하고 정보공개 청구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 역시 그동안 굵직한 소송을 진행해 오면서 금융권을 대표하는 시민단체로 입지를 굳혔다. 2011년 근저당권 설정비용 반환 소송, 2013년 동양사태 피해자 공동소송, 2014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소송, 2018년 홈플러스 고객정보 매매 공동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현 정부들어 '포용금융'이 강조되고 있지만 금융소비자원은 정부의 각종 정책이 '문맹 수준'이라고 비판한다. 과도한 규제가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1차원적인 대출 분야에만 금융 영역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선순환적인 금융생태계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을 함께 제기한다.
금융정책은 금융전문가에 의해 수행돼야 하지만 관료 위주의 조직이 비대해져 제도·시스템이 아닌, 당국의 개입만 넘친다는 이유에서다. 조남희 원장은 "어떤 사안에 직면하면 당국의 개입이 우선되는 게 문제"라며 "향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만들고, 시스템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금융소비자연맹 "공정한 금융시스템과 정당한 소비자권리 찾기"
금융소비자연맹은 2001년 출범한 보험소비자연맹이 전신이다. 현재 조연행 6대 상임회장과 10여명의 상근위원들이 축을 이루고 있다. 다른 단체들로부터 "각종 사건의 공동소송 원고단 모집에 힘써 온 단체"라는 호평을 듣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공정한 금융시스템을 확보하고 정단한 소비자의 권리를 찾는 데 주력한다. 2014년 재해사망보험금(자살보험금) 미지급건과 관련해 ING, 삼성, 교보, 한화, 동양, 동부, 알리안츠, 농협, Met, 신한생명 등 10개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생명보험 불매운동'을 주도했다.
금융소비자연맹을 중심으로 공동소송을 제기한 결과 대법원 최초로 승소하는 기록도 남겼다. 같은 해 국민, 롯데, 농협카드 등 카드 3사의 개인정보유출과 관련해서는 피해자 공동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현재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단체소송제도, 입증책임의 전환 등 소비자권익 3법 제정을 위한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조연행 회장은 "말뿐인 소비자운동이 아니라 소비자를 배신하면 공급자도 망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소비자권익 3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 경제개혁연대 "재벌과 금융시장 개혁은 곧 소액주주 권익 보호"
경제개혁연대의 시초는 1997년 출범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다.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가 당시 초대 위원장을 지냈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1999년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독립해 경제개혁연대를 창립했고, 김상조 실장이 초대 소장에 취임했다. '재벌 저격수'란 별칭답게 김상조 당시 소장은 '소액주주 권익보호, 재벌·금융정책 감시'를 내세우며 10년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가 벌여온 활동을 보다 전문화했다.
현재 경제개혁연대는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으며, 20여명 이상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상근·비상근 형태로 활동중이다. 경제개혁연대는 2016년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가 도입되는데 기여했다. 또 기업집단 단위로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소액주주운동 만으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한계를 느껴 기관투자자들이 지배구조 개선의 주체로 나서는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또 경제개혁연대는 기업 총수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대해 재벌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2010년 상법으로 처음 도입되는데 일조했고 2011년 세법, 2013년 공정거래법을 각각 개정하는 성과를 올렸다.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모회사 주주들이 회사를 대신해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CJ 합병·분할 비율 문제 제기했다.
이밖에 한진그룹 퇴직금·상속세 이슈, 자산운용사 의결권 행사, 기업별 사내이사들의 이사회 출석률 등을 분석하며 다양한 방면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00년 이후부터는 10대 기업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감시하며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융 시민단체의 한 활동가는 "경제개혁연대 중심 인물들이 청와대와 국회에 진출한 상태인데, 나쁘게 볼 필요가 없다"며 "시민단체에서 뛰다 보면 현실의 한계를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접 판에 뛰어 들어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다"며 "경제개혁연대는 경제 이슈에 대한 논평 등을 꾸준히 내면서 활발히 활동하는 단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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