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으로 출국한 지 열흘 만에 귀국했다. 숨 돌릴 새도 없이 당장 16일부터 전 계열사 사장단을 집결시켜 릴레이 회의에 들어간다.
그룹의 주요 먹거리인 유통시장 불황과 함께 한·일관계 경색으로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된 터라, 신동빈 회장이 롯데 사장단에게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15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5일 일본으로 출국한 이후 열흘가량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이날 복귀했다.
롯데 관계자는 “열흘여 기간 동안 신 회장이 일본 금융권을 비롯해 재계 다방면의 사람들을 두루 만나 사업 문제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논의도 언급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신동빈 회장은 대표적인 ‘일본통’ 경제인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안과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 있을 때부터 매우 친밀한 관계다. 신 회장의 아들 결혼식 피로연에도 아베 총리가 참석했을 정도다.
이를 두고 한국 재계에서는 최근 경색된 한·일관계 개선에 신 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롯데 측은 정치외교적 현안에 사적 관계가 개입할 수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신 회장의 역할은 차치하더라도, 경색된 한·일관계로 인해 롯데그룹의 고심은 깊다. 앞서 ‘형제의 난’ 등으로 인해 일본기업 이미지가 큰 탓에 불매운동의 여파를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는 유니클로나 무인양품과 같이 일본 기업과 합작사가 많아, 양국 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니클로는 롯데쇼핑이 49%, 무인양품은 롯데상사가 40%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국내 매장은 롯데백화점 등 롯데 유통 계열사에 다수 입점해 있다.
이로 인해 일본서 돌아온 신 회장이 16일부터 열릴 사장단 회의(VCM)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사장단 회의는 16일부터 20일까지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4개 사업부문이 순서대로 보고하고 마지막날 신 회장에게 우수사례를 모아 보고한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20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신 회장은 올 상반기 사장단 회의에서 ‘대상무형(大象無形)’을 인용하며 “5년, 10년 뒤 어떤 사회가 될 것인지, 롯데는 그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이를 위한 명확한 비전과 구체적인 전략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혁신을 강조했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5일 연속 사장단 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신 회장이 최근 롯데의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지난 상반기에 당부한 혁신의 성과를 점검하고 새로운 비전을 전 계열사에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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