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구광모 체제 첫 이통사 수장으로 발탁된 하 부회장은 만년 3등 LG유플러스를 밀림의 왕자로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그룹 내 전략 기획통으로 미래 동력 발굴에 힘써왔다는 점에서 5G 원년에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LG유플러스 수장이 된 하 부회장의 전략은 미디어 콘텐츠 강화였다. 올해 초 구글과 VR 콘텐츠 협력키로 하고 세계 최초 4K 360도 AR(증강현실)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5G 기반 클라우드 VR게임도 국내 이통사 최초로 발표했다. LTE 시절인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와 IPTV 단독 서비스 계약을 체결, IPTV 신규 가입자 급증을 이끌기도 했다.
시험대로 불린 5G 상용화 초기부터 그의 각오는 남달랐다. 지난 3월 말 5G 요금제를 가장 먼저 발표한 곳은 LG유플러스였다. 당시 하 부회장은 “5G는 유플러스가 통신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도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사들보다 늦게 발표해 시장 선도 이미지 구축에 애를 먹었다.
지난달에는 5G 상용망 기지국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고 발표해 통신사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여론은 전국망 확충이 요원한데다 실내에서도 이용이 힘든 상황에서 자랑할 일은 아니라는 눈총을 보냈다.
아직 체감하기도 어려운 속도 외에는 별다른 유인이 없다는 점에서 5G 독점 콘텐츠 확보도 절실하다.
올해 최대 숙원 중 하나인 CJ헬로 인수 여론전도 힘겨웠다. 이날 하 부회장은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 미디어 플랫폼과 5G에서 차별화를 이끈다는 구상을 재확인했다. 그는 “CJ헬로 인수 결정을 통해 IPTV와 케이블TV, 양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미디어시장 판도를 바꾸기 위한 또 다른 전략과 실행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며 양사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기대했다. 지난해 2월 신청한 합병을 공정위가 인가하면 유료방송 점유율 24.43%로 KT에 이어 2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이를 견제하려는 경쟁사 사이에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시 알뜰폰 사업을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시장 점유율 상승으로 요금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주장에 대해 LG유플러스는 합산 점유율이 경쟁사 알뜰폰과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기존 알뜰폰 자회사 미디어로그에 CJ헬로 알뜰폰을 더해 1사 1 알뜰폰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행법상 합법이라고 맞섰다. CJ헬로 가입자가 타사 망을 쓰므로 자사 망에 끌어들이는 불공정 마케팅을 한다는 주장 역시 불법에 해당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숱한 난관을 거쳐온 하현회 부회장은 지금도 밀림같은 현장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하 부회장은 취임 직후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밝히고 3주만에 현장경영에 나섰다. 그는 이날까지 영업점과 고객센터, 기지국, R&D센터를 43회 찾아갔다. 연휴와 해외일정을 제외하면 3~4일에 한번 꼴이다.
하 부회장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5G 네트워크와 상품, 서비스의 차별화를 이어가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탄탄하게 하겠다“며 “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견실한 성장을 해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바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유의 현장밀착 경영 성과가 드러난 만큼 그의 다짐은 허언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말 5G 출정식에서 하 부회장은 대리점 대표들과 대붓을 들고 ‘U+5G 통신의 일등을 바꿉니다’를 적었다. 5G 100일을 갓 넘긴 지금, 그의 붓은 아직 마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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