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은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이같이 말한 뒤 "입장차와 견해차가 있어도 지금 그것을 표명해 서로 비난하고 갑론을박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권과 언론 등이 책임소재를 돌리며 내부분열에 빠진 것을 두고 비판에 나선 것이다.
특히 그는 "밥 짓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밥그릇 가지고 싸우는 모양"이라며 "입장차를 드러낼 때마다 양국 언론에 민낯이 드러나니 지금은 차분하고 침착하게 뜻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하며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는 글을 게시한 바 있다.
박 회장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일본 수출규제와 관련 정부를 향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난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접견한 자리에서 "제가 아는 일본 기업은 모두 고객과의 약속을 소중히 여기는 분들"이라며 "정치가 기업으로 하여금 약속을 어기게 만드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내리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약속과 거래를 한·일 기업이 상호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기업인으로서 고충을 호소하며 비난에 나서기보다는 각계각층의 힘을 결집하는 것이 궁극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이번 일은 재발 우려가 높은 사안"이라며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에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급의 안전성이 훼손되는 문제가 생기면서 기업들로서는 공급선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동기부여가 됐다"며 "이제는 소재개발의 당위성·필요성을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도 요구했다. 그는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면 대체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개발허가를 받는 데 2년이 걸리면 되겠냐"면서 "빨리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빨리 처리해줘야 한다"고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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