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10조원대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2000여 가구)가 올해 하반기 전세시장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오는 9월 집들이를 하는 강동구 고덕 주공 2단지 재건축 '고덕 그라시움' 등 하반기 대규모 물량 입주가 예정된 강동구발(發)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아직 거래량이 많지 않아 전셋값이 상승세를 체감할 수준은 아니라면서도 반포주공 1단지가 오는 10월 이주를 본격화하면 서초구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2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2일 조사 기준으로 서울 동남권 전세가격 상승세가 6주 연속 지속되고 있다. 서초구(0.13%)는 정비사업 이주수요 및 학군수요로, 강남구(0.04%)는 대치동 등 여름방학 이사수요로 전세가격이 상승했다. 강동구(-0.02%)는 신규 입주단지 급매물이 소진되며 하락폭이 축소됐다.
시장에서는 2000가구를 웃도는 반포주공 1단지가 오는 10월 이주를 시작하면 서초구를 중심으로 강남권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합 관계자는 “이사회 회의를 통해 이주를 결정하고 조만간 이주 공지를 할 예정이다. 이주는 10월 1일부터"라고 말했다.
여기에 인근 신반포13차(180가구)는 오는 29일부터, 서초동 신동아아파트(893가구)는 9월 중 이주에 들어서는 등 하반기에만 서초구에서 3000가구가 넘게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는 셈이다.
잠원동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5, 6월 전셋값이 2년 전 고점 수준을 회복한 뒤 현재는 문의만 많지 거래는 활발하지 않다. 반포주공이 본격 이주에 나서면 거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반포주공1단지 내에서도 새 보금자리를 찾아 나서는 사람들의 표정은 엇갈릴 전망이다. 이 단지는 감정평가액이 높게 나와서 이주비 대출 규모가 최소 10억원 이상 나왔다. 반포주공 실수요자들이야 반포자이, 서초래미안 등 서초구 안에서 버티겠지만, 세입자들은 전셋값이 4억원 전후로 머물고 있어서 멀리 외곽으로 빠지거나 인근 빌라 등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 팀장은 "반포주공1단지 이주가 시작되면 주변 아파트는 물론이고 다가구, 빌라 등도 전셋값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세입자들은 경기도로 빠져 나가 경기권 전세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구도 물량 소진으로 전세가 하락폭이 줄었다. 현지 중개업소 대표는 “솔베뉴를 비롯해 고래힐, 롯데캐슬 등 신축단지 위주로 전용 59㎡ 전세가가 한 달 새 3억8000만원에서 4억2000만원까지 올랐다. 솔베뉴 조합원들이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실입주를 많이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 예고에 따른 풍선효과로 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매매가가 오르면서 전세 호가도 덩달아 상승했다는 의견이 많다. 또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배재고가 자사고에서 탈락하며 입학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은진 팀장은 "고덕동은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입주물량이 더 많아서 더 지켜봐야 한다. 고덕 그라시움은 5000 가구 규모의 대단지라서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입주 직전 잔금을 치러야 하는 분양자들이 가격을 내려서라도 전세 세입자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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