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보이면서, 양국의 이목이 아시아로 집중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일대일로(一對一路,육·해상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아·태(아시아태평양)전략 등을 앞세워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는 미국의 패권경쟁이 심화한다는 의미다.
지난 달 30~31일 미국과 중국이 어렵게 재개한 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이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된 바로 다음 날인 1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태국 방콕에 방문했다.
보도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앞서 이번 방문에 대해 “이 나라들과 오랜 동맹을 통해 맺어온 관계를 심화시키기 위한 것”이며 “인도-태평양 지역과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폼페이오 장관은 ARF 참석 이외에도 별도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동맹국과 관계 강화에 힘쓸 것이며, 태국 외무장관과도 만남을 가질 것이라고 SCMP는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였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폼페이오 장관보다 이틀 앞선 30일 태국 방콕을 방문해 동남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일대일로 우군 확보에 나섰다.
아울러 왕이 국무위원은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 결정으로 미국과 갈등을 빚는 터키의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외교장관도 만났다. 왕 국무위원은 "중국은 터키와 전략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에 대해 서로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SCMP는 미국과 중국의 이 같은 행보가 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 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2년째 접어드는 장기화 국면에 들어서자, 서로를 견제하며 동맹국 확보에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G2의 패권경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에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진단했다. 클라리타 카를로스 필리핀대 정치학과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은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 나라를 선택하기 보단 두 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두 달여의 진통 끝에 지난달 30~31일 재개된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은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는 9월 협상을 또 하자는 결론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6월 말 양국 정상이 오사카 담판에서 상호 관세공격 확대 중단 등을 포함한 ‘휴전’을 선언하면서 무역협상을 재개했지만 결국 무역전쟁이 기약 없이 장기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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