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31일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에서 실종된 노동자 3명의 시신 중 2명의 시신이 1일 오전 5시42분과 5시47분 각각 발견됐다.
소방당국의 조사결과 사고를 당한 근로자 3명은 30일 오전 7시30분 경 내부 점검을 위해 45m 깊이의 지하 수로에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원인은 갑작스러운 국지성 호우로 인해 근로자들이 고립된 탓이다. 시설은 일정 수위를 넘으면 자동으로 수문이 열려 터널로 빗물을 흘려보내도록 설계됐다. 수문이 열릴 경우 근로자들은 작업을 중단해야 하지만 이번 사고는 수문이 열리는 것을 전달받지 못한 근로자들이 지하 수로에 내려갔다가 급류에 휩쓸리며 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가 난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은 신월동부터 목동까지 3.6Km 길이로 연결돼 있으며,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이 시설은 지난 2013년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최저가격 입찰을 통해 따낸 공사다. 설계시공 일괄입찰인 턴키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지난 6월30일 준공됐다.
사고 이후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관할 자지추인 양천구청 측이 서로 책임을 미루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설 준공 이후 관할구청인 양천구는 배수터널의 운영을 맡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운영 지원과 현장 안전관리를 맡아왔다.
이번 사건에 대해 현대건설은 수문 개폐 최종 권한이 양천구에 있지만 관련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양천구는 두 차례 수문 폐쇄를 통보했다고 설명하며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관리감독 안전관련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던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7명이 사망한 ‘노량진 수몰사고’ 이후 서울시는 안전 매뉴얼과 대책을 연이어 내놨지만 이번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 관리 책임자는 일기예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강수 확률이 50% 이상이거나 육안으로 하늘에 먹구름을 확인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지관리수직구 근처에 직원들의 안전 규정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감리자나 안전 관리자가 있어야 하지만 이번 사고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시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고현장의 안전관리를 담당하는 현대건설의 책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관할서인 서울 양천경찰서는 1일 사고 관련 수사전담팀을 편성해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전날 현대건설·협력업체 직원 등 9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날도 관련자를 차례로 불러 사고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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