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명단) 내 한국 배제' 조치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은 지난 2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결정된 직후 "지소미아 등 모든 종합적인 조치사항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야권과 안보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섣부른 지소미아 파기는 한반도 안보 위기만 심화시킬 한국의 자충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는 일본이 자신들의 무역보복 조치를 후회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시킬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될 수 있을까.
◆지소미아가 뭔가요?
지소미아 협정에 따라 한·일 양국은 북핵과 미사일 정보를 비롯한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유하게 됐다. 체결당시 미국과 일본을 열렬이 환영했고, 중국은 강력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소미아가 체결 될 당시 일본은 한국의 대북 스파이 공작 능력의 우수성을, 한국은 일본의 군 신호정보감청 및 정찰위성 기능을 각각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체결된지 3년이 지나도록 한일 군사정보 교류 수준은 매우 미미하다는게 군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북 스파이 vs 일본 정찰위성···정보력의 승자는?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일본이 큰 손해를 보는 걸까. 그렇지 않다. 우선 대북공작원을 통한 한국의 정보력이 일본이 보유한 고해상 정찰위성이나 100여대 이상의 대형 대잠초계기 등에서 획득한 정보력 보다 우수하다는 근거가 없다.
일본의 대륙간탄도탄(ICBM) 능력은 미국과 러시아에 필적하며, 군사용 첩보위성은 북한의 미사일 운반이나 발사준비상황, 김정은 위원장의 현지지도 모습이나 한국과 중국의 주요 인사 면면도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정보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또 지소미아는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통해 수집하던 정보를 상호간 직접 교류·취득하게 해 시간적, 절차적 단계를 단축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실제 지난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지소미아를 연장한 배경도 일본의 정보력이 한·미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핫라인을 통해 취득한 북한의 미사일 정보가 한·미와는 다른 시각이어서 매우 유용하게 작용하고 있다"면서 "감시자산은 미국이 더 많지만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더 유용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소미아 중단에 '우는' 얼굴은 따로 있다?
지소미아가 파기되면 북한의 핵 미사일 도발에 기밀하게 대처해야하는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가 흔들린다. 따라서 이는 일본보다 미국의 동북아 안보 전략에 구멍을 내는 쪽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지소미아 중단에 예민하게 반응한 건 일본이 아닌 미국이다.
마크 토콜라 한미경제연구소 부소장은 VOA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일본 간 갈등 때문에 지소미아가 파기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면서 "미한일 3국 모두에 모두 유용한 합의인만큼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를 지낸 제임스 줌월트 사사카와 평화재단 대표 역시 VOA에서 "한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하면 동북아 역내 미국의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했다.
결국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패권경쟁에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전세계에 증명하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역사갈등을 '한미동맹이 보장하는 안전'을 통해 관리할지, 아니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자적 안보공동체 구축을 통한 한일관계의 독자적 발전을 도모할지 계속 지켜봐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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