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줄기로 흐르는 끈적한 땀방울이 여름을 실감나게 하는 요즘이다. 불볕더위를 피해 많은 인파가 우리의 명산 지리산을 찾고 있다.
하지만 즐거워야 할 산행이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소방관의 한 사람으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립공원 기본통계에 따르면 해마다 여름철(6월~8월) 지리산을 찾는 산악 인구는 125만여 명에 달한다. 휴가철과 방학시즌이 맞물리면서 종주형 산행이 많아지고 준비 없는 무리한 산행으로 예기치 못한 산악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지난달 26일 오후 3시30분경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과 지리산을 찾은 A군(17)이 지리산 천왕봉 정상 부근에서 하산 중 발목부상으로 거동이 불편하여 이틀에 걸쳐 출동한 산악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다음날 27일에는 지리산 세석대피소에서 일행 4명과 하산하던 B씨(61)가 거림매표소 부근에서 발목을 접질리는 사고가 발생하는가 하면, 지난 2일에는 세석대피소에서 장터목대피소로 등산하던 C씨(58)가 양쪽 무릎에 상처를 입고 소방헬기 신세를 졌다.
산청소방서 통계에 의하면 최근 3년간(2016년~2018년) 지리산에서 발생한 산악사고는 총 237건이다. 올해 들어 벌써 50건의 산악사고가 발생했으며, 특히 산악사고 10건 중 5건은 여름철에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한 구조대가 소방헬기로 구조한 건수는 작년 한해 13차례나 된다. 사고별 유형은 심정지 환자 2명, 질병환자 2명, 골절 등 사고부상자 9명 등이다.
대원들이 직접 도보로 산을 올라 부상자를 업고 이송하여 구조한 건수는 76차례로 나타났다. 산악지역의 특성상 도보로 움직이는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되고 특히 등산객이 많은 여름철과 가을철의 경우 대원 한 명이 하루에 3~4건씩 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체력적인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이처럼 여름철 산악사고는 고온으로 인한 건강 악화, 우거진 수풀로 인한 실족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주로 발생하고 있다. 등산객은 본인의 체력에 맞는 등산로를 선택, 일몰 전 하산을 마칠 수 있도록 시간 계획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항은 사전에 충분한 사전계획과 무리하지 않는 안전한 산행이다.
삶을 재충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할 산이 자칫 평생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안전은 자신이 지킨다”' 자세로 산행에 임하며 산에서는 항상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명심하길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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