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대 조국 교수의 법무부장관 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의혹이 확산되면서 나라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차기 대권 주자 물망에도 오르는 등 정치적 비중이 상당한 데다 현 정권이 역대 정부와 차별화되는 ‘외모패권주의’를 대표하는 인사여서인지 경제 전쟁을 선포한 일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조 교수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일본 네티즌들이 트위터에 올린 반응을 보면 흥미롭다. "조 후보자의 이력이 엄청나다. 16세에 서울대 법대 입학, 동 대학원 졸업, 미국 UC버클리 석·박사를 거쳐 26세에 최연소 교수가 됐다", "외모도 놀랍다", "한국의 새 법무부 장관은 두뇌가 명석하고 미남(美男)에 신장이 185㎝, 반정부 활동으로 투옥 경력도 있다", "한류 스타인 줄 알았다"는 등의 우월한 외모와 학력에 대한 호평이 눈에 띈다.
2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문 대통령과 수석비서관들이 양복 재킷을 벗고 커피잔을 든 채 청와대 경내에서 산책하는 사진이 보도되면서 대통령 자신과 참모진의 수려한 용모가 화제가 됐었다. 당시 언론들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 조국 민정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소위 '잘생긴' 사람들이 새 정부의 요직을 차지하면서 ‘외모패권주의’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다. ‘얼굴 탕평을 이뤘다’, ‘얼굴이 복지다’, ‘안구 정화’, 심지어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들이 잘생겨서 이들을 보면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올라간다는 의미의 ‘증세 없는 복지’란 말까지 등장했다.
이 무렵 하티스트 헤드 오브 스테이트(Hottest Heads of State)란 미국의 평가 사이트가 실시한 세계 각국 정상의 외모 평가에서 문 대통령이 전 세계 잘생긴 국가원수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10위 내에 든 지도자 중에서 1위에 오른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와 5위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10위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우리에게도 알려져 있다. 참고로 아베 일본 총리는 50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7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하위인 199위를 기록했다. 조 후보자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의식한 듯, 언젠가 언론에서 “대학 들어가니 대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불편했다. 우유, 초코파이 같은 게 도서관 책상에 쌓여 있었다. 외모가 스트레스였고 콤플렉스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캐서린 하킴 런던정책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012년 런던정경대 교수 시절 출간한 저서 ‘에로틱 캐피털(Erotic Capital)’에서 부르디외의 이론을 일부 수용하여 ‘상징자본’을 제외하고 ‘경제적 자본’, ‘문화적 자본’, ‘사회적 자본’에 이어 ‘매력자본(Erotic Capital)’을 제4의 자본으로 설정했다. 그는 매력자본을 ‘타인이 자신에게 매력을 느끼게 하고, 호감을 얻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정의하고, 멋진 외모 같은 개인의 매력을 사회적으로 지위를 얻고 돈을 벌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의 하나로 규정했다.
매력적인 사람은 다른 사람들을 쉽게 친구 혹은 연인, 동료, 고객, 의뢰인, 팬, 추종자, 유권자, 지지자, 후원자로 만들어 사생활뿐만 아니라 스포츠, 예술, 정치, 비즈니스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다. 하킴 위원은 매력자본은 개인의 사회적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중요한 자본이지만, 그동안 학계가 무시함으로써 역설적으로 매력자본의 공급을 줄여 가치가 더 높아졌다고 지적한다. 매력자본은 △아름다운 외모 △성적 매력 △붙임성 있는 사회성 △건강미 있는 활력 △사회적 표현력 △성적 능력 등 여섯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다. 매력자본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경제자본)이나 학벌(문화자본), 인맥(사회자본) 못지않게 소득과 승진에 영향을 미친다. 하킴 위원이 인용한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들이 취직할 확률은 보통 사람보다 10% 정도 높고 소득도 일반인들보다 15% 정도 높다고 한다.
매력자본은 현대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조용한 권력이자 언제든지 경제적 자본과 교환이 가능한데도 자본으로서의 역할은 오랫동안 의도적으로 무시되어 왔다. 과거 매력자본을 가진 쪽은 대부분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20세기 전반까지 남성은 사회활동을 해서 돈을 벌었고, 여성은 외모를 가꿔 능력 있는 남성을 만나 신분상승을 하거나 윤택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는 사회 구조였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고 사회 각 분야에서 여성들의 의사결정권이 강화되면서 남성들도 매력자본을 가지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기술의 발달과 매체의 변화에 따라 매력자본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주류 매체가 TV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소셜미디어로 바뀌면서 사람들은 시각적인 요소를 중시하게 됐다. 예컨대 TV가 발명된 이후 선출된 미국 대통령들은 거의 모두 멋진 외모를 가지고 있다. 케네디가 닉슨을 꺾고 대통령이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TV 토론에서 보여준 잘생긴 용모와 환한 미소, 젊은 패기 덕분이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최초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재임에 성공한 데에는 화려한 학벌과 뛰어난 웅변 실력이 크게 작용했지만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탁월한 패션감각 등 매력적인 외모도 한몫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감성마케팅이 중요해지면서 스포츠, 연예계에 이어 국내 정치에서도 정치인의 외모가 선거에서 표를 얻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의 ‘매력자본’은 언행일치의 진정성과 국정 수행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얼굴값도 못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불러와 파멸을 재촉하는 치명적인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다가오는 법무부장관 청문회는 한국 정치사에서 새롭게 부상한 정치인 매력자본’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시험대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논설고문·건국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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