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로 숨 죽인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적임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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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9-08-2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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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욱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공식 첫 답변은 '열마리 토끼 다 잡겠다'

  • 김상조 아바타 지적 이어 겸직 미신고 상태서 형부 회사 취업 논란 불거져

"김상조는 뛰어넘지 않는다. 청문회 문턱은 잘 넘어가자. 이슈의 중심에 서지 말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현 심정을 재계와 경제전문가들이 대신 표현한 말이다. 이달 중 열리는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후보자가 무사히 통과할 경우, 경제검찰인 공정위의 지휘봉을 잡게 된다. 그러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전임 공정위원장)의 후광효과에 힘입어 관리형 공정위원장으로 전락할 경우, 경제민주화를 향한 동력원이 시들해지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사진=서울대학교 제공]



인사청문회를 앞둔 조성욱 후보자는 일단 공식적인 언행에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공정위 기자단의 첫 공식 질의에 대한 답변을 보더라도 공정경제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담아내지 않았다.

조 후보자는 20일 공식 답변서에서 재벌정책에 대한 질의에 대해 "대기업집단에서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행태 등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벌정책의 구체적인 방향 등에 대해서는 청문회에서 소상히 설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가 위원장으로 취임하게 되면, 공정위 여러 법집행이 어느 하나 소홀해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디지털경제의 발전, 플랫폼기업의 성장 등 새로운 경제흐름에 따라 시장 경쟁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경쟁당국의 역할이 긴요한 상황으로 혁신의욕을 저해시키는 불공정행위에 대해 엄정한 법집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속고발권 폐지와 관련해서도 "이미 정부차원의 입장이 정리돼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앞으로 국회 차원에서 충실히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 후보자는 그동안 저술해 온 논문과 기고문을 통해 재벌 개혁에 대한 소신을 밝혀온 것처럼 김상조 정책실장의 공정경제 기조와 다를 바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특히,  그는 2012년 공정경제연합회가 발간하는 ‘경쟁저널’에 기고한 ‘대규모기업집단 정책의 새로운 모색’ 논문을 통해 재벌을 ‘특혜를 받아 성공한 맏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재벌의 사회적·도적적 책임을 강조한 셈이다.

김상조 정책실장과는 서울대 1년 선·후배 사이이며, 한국금융학회 활동도 함께하는 등 정책적인 시각이 상당히 일치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김상조 아바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상조 정책실장 역시 공정위 조직 관리에 상당히 애를 먹었던 만큼, 공직 생활보다는 학자로서 오랜 시일을 보낸 조 후보자도 조직의 기강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평도 나온다.

공정위 한 관계자는 "김상조 우산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그저 관리형 공정위원장이 된다면 조직 내 사기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정부 출범 때와 비교해보면, 현재는 공정위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전했다. 

더구나 최근 조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재직 중 겸직 신고를 하지 않고 형부의 회사에 감사로 재직한 것이 드러나면서 자칫 논란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으로도 예상된다. 2000년 9월 15일부터 2012년 3월 31일까지 해당 업체의 감사로 재직한 데 대해 그는 규모가 작고 겸직 신고 대상인 줄 몰랐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전제로 한 재계 한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공정위는 취업비리 등으로 전·현직 고위간부가 검찰 조사를 받고 실형을 선고 받는 등 한바탕 폭풍우가 지나갔다"며 "후보자가 겸직 등 기업 취업과 관련해 논란을 빚는 것은 향후 공정위에 대한 신뢰 확보 차원에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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