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동방]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29)이 해외에서 마약을 구매해 국내에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이 회장 건강이 좋지 않아 최근 자녀들의 경영 참여와 지분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터진 마약 파문으로 경영 승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약 양성반응…이선호, 혐의 인정
2일 인천지검 강력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이 부장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미국에서 출발한 항공기에 액상대마 카트리지 수십개를 화물로 숨긴 뒤 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밀반입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장의 액상대마 밀반입을 적발한 공항세관은 이를 즉시 인천지검에 알렸고 검찰이 관련 조사가 진행됐다.
이 부장이 밀반입하려 한 액상 대마는 현재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SK그룹과 현대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투약한 것과 같은 고순도 변종 마약으로 알려졌다.
이 부장은 간이 소변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고 검찰 조사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장은 현재 진술서를 작성한 뒤 귀가한 상황이다.
한 변호사는 “체포·구속 중이 아니니 귀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구속의 필요성이 있다고 여기면 긴급체포를 하거나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한다”며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은 재벌이라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개인적으로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당연하기에 이것을 ‘이례적’이라 말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CJ 측은 이번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관련 상황에 대해 파악 중에 있다”며 “입장이나 내부 징계 등에 대해 논의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짧게 답했다.
◆3세 경영승계 ‘빨간불’
이번 사건은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직계장손이 마약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확산할 전망이다. 그간 SK그룹을 포함해 현대그룹·남양유업 등 재계 3세의 마약 투약 혐의로 국민적 공분을 샀지만 모두 방계 혈족이었다.
이 때문에 CJ그룹과 오너 일가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뿐 아니라 경영 승계 작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여 향후 이 회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되고 있다.
현재 이 부장은 CJ그룹 지주회사인 CJ 지분을 2.8% 확보하고 있다. 이 부장 누나인 이경후 CJ ENM 상무도 CJ 주식 1.2%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55%)과 IT 부문(45%) 법인을 인적분할하고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이 부장(3.91%)과 이 상무(17.97%)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그룹 경영권 승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돼온 계열사다.
현재로선 이 부장의 CJ지분율이 2%대로 미약한데다 편법승계 논란이 지속되고 있어 CJ그룹 승계구도는 더욱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이 부장의 마약 논란이 더해지면서 경영 승계 작업도 답보 상태에 빠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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