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 ​“서민금융, 일반대출과 달라…세심한 신용평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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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 기자
입력 2019-09-06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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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년간 CB연구소 몸담아…“신용등급 만능 아냐”

  • 현행 신용등급체계, 1금융권 리스크 측정에 특화

  • ‘점수제‘되면 수요자 신용등급 간 대출절벽 줄 것

  • 지원대상 잘 따지려면 서민금융진흥원 역할 중요

“신용등급은 만능이 아닙니다.”

지난 2일 구로디지털단지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 소장은 수년간 나이스평가정보 CB연구소에서 소장으로 재임하면서 개인신용평가체계에 대해 연구해온 인물이다.

신용등급을 산정하는 국내 대표 신용평가회사(CB)에 몸 담았던 그가 이렇게 말하는 연유는 무엇일까.

문 소장은 ‘신용등급이 목적과 다르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개인신용평가라는 것은 목적에 따라서 많이 다릅니다. 서민금융에서 바라보는 관점은 금융회사에서의 대출영업과는 시각이 달라져야 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바라보는 대출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판단 기준을 적용해야 하죠.”

세상에 자신의 얼굴에 ‘난 대출을 받고 난 후 원금이나 이자를 연체할 것입니다’라고 써 붙이고 다니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금융회사는 사람들의 얼굴만 보고는 실제 돈을 갚을지 안 갚을지를 알아내기 어렵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과거의 개인들의 금융활동 이력정보를 기반으로 작성된 신용등급이다. 신용등급은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줄 때 떼이지 않을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준다. 국내 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는 향후 1년 내 90일 이상 장기연체 등의 신용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수치화한 후 이를 1~10등급으로 구분한다. 10등급으로 갈수록 불량률이 높아 금융회사의 대출이 거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융회사는 불량률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CB사의 신용등급을 대출심사에 활용한다.

실제 시중은행은 모두 자체 마련한 개인신용평가체계가 있지만, 대출·카드 발급 등의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민간 CB사의 신용등급을 함께 고려한다. 회사가 마련한 자체 기준이 가장 우선적인 판단 기준이지만, 불량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처럼 신용등급이라는 것이 금융회사가 대출영업 과정에서 ‘돈을 약정한대로 잘 상환할 사람인지 아닌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는 것이고, 포용적 금융지원의 목적은 이와는 조금은 차이가 나는데도 대안이 없어서 이를 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영배 디지털금융연구소장. [사진=디지털금융연구소 제공]


현행 개인신용평가체계는 무엇보다 금융회사가 자금을 운용하는 시장적 기능의 수행을 위한 리스크 측정에 특화돼 있다. 이렇게 은행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 특화된 1~10등급의 개인신용평가체계가 바꿔드림론, 햇살론, 미소금융 등 정책 서민금융상품 수요자들의 평가요소로 활용됨에 따라 자금이 절실하면서도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나은 서민금융 수요자들을 선별하는데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그는 신용등급의 남용을 IQ 검사에 빗대어 설명했다.

“IQ 검사는 본래 선천적인 지능을 테스트하는 것이 아니라 학습 지진아나 정신지체아를 식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IQ 검사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가를 알고자 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죠.”

실제 학계에서는 IQ 검사 결과만으로는 공부를 얼마나 잘하는지, 특정 영역에서 얼마나 뛰어난 지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본다. IQ 검사와 마찬가지로 신용등급도 본래 금융회사가 불량률 측정을 위해 설계된 것인데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서민들에게 금융지원을 위한 정책성 자금의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면서 서민금융 본래의 의도로 보았을 때 예측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문 소장은 서민금융진흥원이 제공하는 서민금융 서비스에 맞는 새로운 판단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선 ‘서민’의 대상이 누구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1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거나,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이 서민입니다. 이런 분들이 일반적인 CB 스코어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 까요. 아닙니다. 서민금융에서의 서민에는 소득이 낮고 신용등급도 낮은 사람도 있고, 소득은 낮지만 신용등급은 높은 사람도 해당합니다. 또한 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사람도 일시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금융접근성이 훼손된 분들도 서민금융의 지원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사업을 하다가 불가피하게 어려움을 당해 신용등급이 강등된 경우도 있지만, 아닌 사람도 있을 겁니다. 이에 대해서는 굉장히 분별을 잘 해야겠죠. 서민 중에서도 분명히 대출이 가능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CB등급 측정에 활용된 표준화된 기준으로 봐서는 상환능력이 떨어지지만 그런 불가피하기 신용이 훼손됐던 기간 이후 금융활동이 매우 우수한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그걸 더 정확히 판별해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서민금융의 컨트롤타워인 서민금융진흥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제한된 재원으로 수많은 서민들을 다 지원해줄 수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흥원의 지원 대상 중에서도 성실상환이 가능한 사람을 선별할 수 있는 자체 평가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통해 서민금융진흥원의 자생력을 제고해 현재의 지원 대상뿐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필요자금의 자체조달 능력을 강화시켜 더 효율적으로 현재의 역할을 더 확대하는 것이 결국 서민을 위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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